“열심히는 하는데 센스가 좀 없어요.” “저 사람은 진짜 센스가 좋아요” 신입 직원을 채용하고 수습기간을 거치며 여러 번 평가를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중요 요소가 바로 ‘일 센스’인 듯 하다. 기술적인 측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수 있지만, 센스는 교육으로 단기간에 키워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만 이 센스는 다소 막연한 구석이 있어 평가에 반영하기가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야마구치슈와 구스노키겐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진 <일을 잘한다는 것>은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이 ‘센스’를 구체화해주었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미묘한 것을 글로 딱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한듯)덕분에 팀원들을 평가할 때 그냥 “센스가 없어요”가 아니라 이런점 저런점이 좋고 나쁘다라고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1️⃣ **시간적 시퀀스를 보는 능력**
일의 감각에 대해서 여러 측면이 다뤄졌는데, 가장 공감이 됐던 부분은 ‘시간적 시퀀스를 보는 능력’이다. 어떤 업무가 빌드업 된 시간, 향후 빌드업되어 나아갈 방향까지, 2D가 아니라 4D로 업무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일한다면, ‘센스 있다’라는 말은 절로 나올 것이다.
🔖“그런 사람은 머릿속이 모조리 조합 문제로 되어 있어요. ‘해야 할 일 목록’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항목별 기록 단계에서 모두가 떠올리는 수법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장사로 말하자면 ‘무엇을 팔아야 할까?’ 고민할 때 지금까지는 전혀 없었던 혁신적인 물건, 남들과는 전혀 다른 독보적인 물건을 떠올리는 일은 거의 없죠. 진짜 일 잘하는 사람, 감각이 있는 장사꾼은 시간의 깊이를 고려해서 지금 팔면 최대의 이득을 얻는 물건을 찾아냅니다. 즉 진짜 차이는 시간적 시퀀스를 볼 줄 아는 눈에 달려있어요.” p. 186
🔖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점점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이 일을 하는 동안에 고객도 이렇게 될 겁니다 → 그래서…’ 하고 결론이 나오죠. 돈을 벌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유능한 시니어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감각이 뛰어난 경영자’의 사고 회로죠.
2️⃣ 구체와 추상 사이의 왕복운동
탁월한 리더들은 시의 적절하고 올바른 방향의 의사결정을 잘 한다. 책에서는 이런 탁월한 의사 결정이 여러 가지 현상을 보고 스토리를 그릴 수 있는 추상적 사고력에 바탕을 둔 ‘구체와 추상 사이의 왕복운동’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 또는 논리를 쌓아가며 그것이 정말로 해답에 이를지 아닐지를 헤아리고, 올바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은지 아닌지를 판별하려면 역시 직감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직감과 통합에 관여하는 역량은 매우 중요합니다.
🔖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떤 상품이 계획보다 잘 팔리지 않을 때 감각이 없는 사람은 평면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려 듭니다. 작년에는 어땠는지, 색감과 모양은 어땠는지, 또는 경쟁 상대는 어땠고 지역에 따른 판매 방식은 어땠는지 등 표면적인 사항만 확인하죠. 그러면서 횡적이고 구체적인 현상 위를 우왕좌왕 오갈 뿐 결코 본질에 다다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야나이 회장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자신의 머릿속 서랍을 엽니다. ‘이건 이런 게 아닐까?’하고 해당하는 논리를 꺼내는 것이죠. 그래서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고 최종적으로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립니다. 표면적이고 횡적인 사고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추상적으로 집약해놓은 결론 부분에서 본질적인 해결책을 끌어내는 것이죠.
🔖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반드시 그 사람에게 있어 미지의 새로운 현상이 매일 나타나게 마련이죠. 그런데 그것을 자기 나름의 논리로 추상화하는 사람에게는 막연한 미지의 세상이 아닙니다. 내제되어 있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꺼내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기에 미지의 세상도 ‘언젠가 지나온 길’이며 ‘언제 어디선가 본 풍경’이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일과 상황에 맞닥뜨려도 확신을 갖고 재빨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더 실무적으로 생각해보면 데이터 분석 역량에도 추상적 사고력을 대입할 수 있다. R, 파이썬, 시각화 등 데이터 분석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툴, 방법론이 제시되지만, 결국 핵심은 이 데이터들을 어떻게 이어 어떤 인사이트를 얻거나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감각’에 따라 ‘탁월함’이 결정된다.
결국엔 서랍 속에 제대로 된 논리가 들어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경험이 쌓일수록 머릿속 서랍에 차곡차곡 논리들이 쌓여가는데, 만약 이 논리가 잘못된 것이라면,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면?! 혹은 나의 리더의 서랍속에 나랑 다른 논리가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3️⃣ 인사이드 아웃 vs. 아웃사이드 인
책에서 일의 감각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개념으로 인사이드 아웃과 아웃사이드 인이 소개됐는데, 나한테 부족한 부분이 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런 저런걸 다 따져서 성공 가능성이 100에 가까워지면 시작!을 외치는 스타일인데, (돌다리를 백번 두드려보는…) 일에 있어서는 일단 해보자라는 애티튜드도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일단 해보자의 바탕에는 헛다리를 짚지 않을 감각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아웃사이드 인인 사람은 ‘이제 어떻게 될까?를 알고 싶어 하는 반면, 인사이드 아웃인 사람은 ‘그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어요. 한마디로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 야나이 회장은 전략을 생각할 때 ‘어쩌면 이건 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사고가 언제나 기점에 있습니다. ‘반드시 잘될 것인지’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항상 ‘어쩌면’이라고 가정합니다.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유니클로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성공할 확률이 0.1%일 수도 있겠지만, 0%는 아니다.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으니가 그 방향으로 검토해서 한번 해보자’하는 것이죠.
격하게 끄덕끄덕 하면서 읽었던 책인데, 책에 밑줄친 부분을 보니 어쩐지 전체를 통찰하는 감각이 부족했던 것 같은 느낌이라 반성도 같이 하게 됐다. 그리고, 감각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각있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라는데… 누굴 관찰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