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모두에게 평등했을까 - 핀란드 교육계의 성찰]
핀란드 다문화 교육 현황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 핀란드 내 학생들의 PISA 성과 등을 분석한 결과, 핀란드인 부모를 둔 자녀 vs 이민자의 자녀 간에 학력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군요.
1. 이민 1.5세 또는 2세 아동들의 학력 수준은 핀란드 현지인 부모를 둔 아이들에 비해 1-2년가량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투루쿠 대학교 Kilpi-Jakonen 교수는, 핀란드어 또는 스웨덴어를 모국어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대비되지 못한 핀란드 교육의 시스템적인 한계라고 분석했습니다.
2. 핀란드 학교들은 '핀란드어 또는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언어 보강 수업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강 수업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핀란드 일반 고등학교의 37%, 실업계 고등학교의 16% 언어 보강 수업을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중학교를 다른 나라에서 다니다가 핀란드에 온 아이들은 (별다른 언어 수업도 받지 못하고) 바로 핀란드어/스웨덴어로 진행되는 정규 수업에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3. 저학년의 언어 보강 수업마저도 핀란드어 기초-중급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문적인 수준의 핀란드어/스웨덴을 익히는 것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나아가 교내에서 '언어 보충반' 식으로 별도의 교실을 운영하다 보니 자칫 이민 1.5세와 2세 아이들이 고립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4. 일부 교사들이 특정 인종의 아이들을 다룰 때 은연중에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너네 집에서 교과서는 살 수 있니?', '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애 낳을 생각인 건 아니지?' '(외국인 치고는) 생각보다 수업을 잘 따라오는구나' 등, 교사들이 지나가면서 뱉는 (소위 '못 사는 나라'에 대한 편견으로 빚어진) 말이 아이들에겐 상처가 된다는 것이죠. 교사가 학생을 진로 상담할 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학 대신 실업계 진학을 권고하는 사례들도 보고되었습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Kalalahti 연구원은 핀란드 교육의 이런 모습이 글로벌 시대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담 1) 핀란드는 단일문화적 사회입니다. 오랜 세월 외국인의 유입이 없어 '다른 나라 사람'을 볼 일이 많지 않은 곳이었죠. 외세의 침략을 여러 번 당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생겨났고, 이는 여전히 사회 이곳저곳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 자료, 그리고 이를 대서특필해주는 언론들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차별받아선 안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연구자료가 핀란드 교육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성찰할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여담 2) 한편으로는 한국 교육에 대해 생각도 듭니다. 한국 교육은 과연 글로벌, 다문화 사회에 대비가 되어있을까요? '00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세요' 라는 플랜카드가 버젓히 교차로에 걸려있고, 소위 '못사는 나라 사람'이라며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는 어른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흑인 원어민 강사는 별로'라는 학부모들의 성화에 학원들은 여전히 피부가 하얀 사람들을 골라서 고용합니다. 글로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차별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