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걸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일을 잘하고 싶으신가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삶의 의미를 찾고 싶으신가요? 사실,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일 말고도 중요한 가치가 있고, 의미와 즐거움을 누릴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그 일이 재미있고, 그 일로 인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면 참 좋은 일이죠. 오늘은 그런 삶을 살고 계신 분은 한 분 소개합니다. 고문서학자 후지모토 유키오 선생님은 올해 79세이세요. 선생께서는 1971년부터 지금까지 일본 내에 흩어져 있는 한반도의 옛 문헌들을 찾아, 그에 대한 서지정보(문헌 제목, 저자, 소장자, 소장위치 등 기초정보)를 정리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지도 합니다만, 이 일은 모든 연구에 있어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연구자가 한국에 없고 일본에 있다고 알려진 어떤 문헌을 찾는다고 할때, 어떤 문헌이 어느 대학 연구소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연구 자체를 시작할 수가 없겠죠. 이 일은 마치 구글이 세상 모든 웹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크롤링해서 우리가 검색가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 입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죠. 사실 고문헌의 서지정보를 정리하는 것이 큰 돈을 벌게 해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큰 명예를 주느냐. 그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그리고 밀레니얼들에게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아 고심이 되지만) 선생께서 80이 다 된 나이에도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복인 것 같아요. 40년이 넘게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먼저 그 일이 자신에게 즐겁다는 뜻이고, 그 일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이며, 마지막으로 그 일로 인해 자신이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왜냐면 그 정도로 오래 특정한 일을 했으면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일테니, 수많은 후배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의 연구결과를 참고할 것이기 때문이죠. 저도, 여러분도 이 분처럼 평생을 투입해도 아깝지 않을 즐겁고, 가치있고, 수익성이 있는 일을 찾아 하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48년간 일본의 옛 한반도 문헌 정리…마무리도 내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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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간 일본의 옛 한반도 문헌 정리…마무리도 내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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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9일 오후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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