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장시간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경쟁사는 1인당 8시간 일해 8개를 만들면 우리는 1인당 10시간 일해 10개를 만들어 수익을 낸다’라는 전략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에 대해 일부 기업들은 ‘쥐어짜기식 경영’으로 대응한다. 근로자가 일하는 철저하게 통제하고 관리해 최대한의 근로를 짜내겠다는 식이다. 20세기 초 테일러 주의가 다시 살아난 듯하다. 기업은 근로자의 시간을 분 단위로 통제하려 든다. 커피 마시는 시간까지 간섭한다. 그런 시간까지 최소화해서 노동을 쥐어짜내겠다는 거다. 그러나 쥐어짜내기식 경영이 통할 리가 없다. “담배 피우지 말고 커피도 마시지 말고 일하라”라고 하면 ”넵, 알겠습니다“라며 고분고분 따르는 존재가 어디 인간이던가? 그렇지 않다. 애당초 인간은 자율적인 존재로 태어났다. 인간은 통제가 심해지면 반발하는 존재다. 이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뭔가를 지시받으면 일단 ‘싫어’라고 말한다. ‘싫어라고 한 그 일을 하지 마’라고 지시하면 이번엔 굳이 하겠다고 든다. 성인들도 단지 권력자 앞에서 순응하는 척할 뿐 뒤에서는 딴짓을 한다. 커피 마시지 말라고 하면 그 시간에 웹 쇼핑을 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지인과 수다를 떤다. 직원의 시간을 통제하고 관리해 더 많은 노동을 쥐어짤 수 있다는 건 산업혁명 시대 공장에서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더 이상 비자발적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는 없는 지금, 쥐어짜기식 근태 관리도 역효과를 낼 게 분명한 지금, 어떤 식으로 근로시간 축소에 대처해야 하나? 그 답을 찾으려면 먼저 ‘인간은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있을 때는 그냥 강요하면 됐다. 공장이나 사무실에 남아 일하라고 시키면 됐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다. 자발적인 노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이 일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미국의 유서 깊은 식품회사 ‘캠벨 수프 컴퍼니’의 CEO를 맡아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살려낸 더글러스 코넌트는 그 답을 알았던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직장에 나와 최선을 다해 일하는 데는 4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생계를 위해서입니다. (2)사랑받기 위해서입니다. 집보다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랑받기 위해 직장에 나옵니다. (3)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4)마지막 이유는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에게 직장은 인생의 가장 큰 부분입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깁니다. 전형적인 직장인들은 일을 하거나, 일에 대해 생각하는 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의미있는 일을 해서 사회에 공헌하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더글러스 코넌트의 결론은 이랬다. “당신이 만약 효과적인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이와 같은 인간이 일을 하는 4가지 이유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생계, 사랑, 배움,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직장 안에 만들어야 합니다.” 생계, 사랑, 배움, 가치를 충족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집에서는 가족을 지킬 수 있다. 직장에 나와서는 ‘회사’라는 공동체에 소속돼 있다고 느낀다. 그 일을 함으로써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소비자나 지역 공동체,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느낀다. 그런 일은 어느새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그 일을 빼면 내 삶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내 존재는 하찮게 느껴진다. 나보다 더 큰 무엇에 대한 소속감도 없어지는 것 같다. 배움과 성장이 결핍돼 정체되는 것 같다. 오히려 퇴보하는 듯하다. 나라는 존재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못 되는 거 같다. 그렇게 ‘의미있는 일’은 그 사람 영혼의 일부가 된다. 그렇기에 그런 일은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하게 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게 된다. 그 일을 안 한다는 건 나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커피를 마시며 동료와 잡담하는 시간도 아깝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나, 퇴근 후 달리기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도 일을 더 잘 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기 계발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의미있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지식, 자질을 습득하기 위해 개인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런 자기 계발의 시간까지 더하면 노동자는 주 52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입하는 게 된다. 그러나 지금껏 수많은 직장은 ‘일의 의미’에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더글러스 코넌트가 말한 4가지 중 생계 하나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조직이나 오너, 최고경영자가 원하는 성과를 낼 때까지 사무실이나 공장에 근로자를 붙잡고 있으면 됐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 직원들에게 근로를 강제할 수 없다. 직원들에게 자발적 근로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우리 회사 직원들은 왜 일을 하는가?’에 답해야 한다. ‘우리 직원들은 그 일에서 얼마만큼이나 의미를 찾고 있을까?’를 자문해야 한다. 그 답을 찾지 못한다면 아마도 당신 기업은 ‘비자발적 장시간 노동 시대’의 유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비자발적 장시간 노동의 종언: 일의 의미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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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비자발적 장시간 노동의 종언: 일의 의미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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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0일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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