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에 대한 확신 in 삼쩜삼

대학생 때 있었던 썰 풀기 1. 영어 시험을 치고 채점된 시험지를 돌려받았다. 나름 만족할만한 결과였는데, 자세히 보니 틀린 답에 정답 표시가 되어 있었다. 교수님께 가서 말씀 드렸다. "저 이거 틀렸는데 맞았다고 해주셨어요." 즉시 오답처리 되었고, 한 친구가 그런 나를 의아하게 보면서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2.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거스름돈을 돌려 받았다. 세어 보니 받아야 할 돈 보다 더 많이 받았다. 사장님께 돌려주었다. 이후로도 한 동안은 거스름돈을 받으면 꼼꼼히 체크했다. 못 받았을까봐가 아니라 더 받았을까봐였다. 정답 처리된 오답은 나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몰랐을 거고, 말 안 했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거스름돈도 그냥 모른 체 했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건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 정직이라는 가치로 있어보이게 포장할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자존심이다. 겨우 성적 하나에, 겨우 몇천원에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뉴스를 보면 흔히 나오는 수억원의 횡령, 뇌물 비리 사건을 보면서 젊은 날의 나는 참 많은 비판을 했었더랬다. (지금은 뉴스를 잘 안 보..) 그런데, 수억원도 아니고 수천만원도 아니고 겨우 몇천원에, 겨우 내 알량한 자기방어 수단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내 양심은 그들보다 더 더럽고 싸구려라는 걸 나 스스로 인정하는 셈 아닌가? 그래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비약이긴 하지만, 성격이 이 모양이라서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나는 참 좋다. "실패해도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주는 CEO가 있는 조직문화에서, 설령 뭔가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는 게 있더라도 감추기 위해, 축소해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 고객들에게는 "부의 증진"이라는 명확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어찌보면 노골적일 정도로 집요하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했다. 만일 이 비전이 입에 발린, 보기 좋은 글귀에 불과했다면, 나는 또 엄청난 내적갈등을 겪다가 1년도 채 버티지 못했을지 모른다. 스타트업이고 혁신적이라 외부적인 이슈가 있지만,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건, 이 서비스가 갖는 사회적 가치,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명료하고 확실하다는 판단이 섣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서비스의 가치, 고객을 향한 모든 빌런즈의 진정성을 한정된 지면에, 구구절절 다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하다.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역량의 한계도 느끼곤 한다. 고객분들이 지루해 하지 않으면서도,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삼쩜삼의 가치를 더 잘 전달하고 싶다. (갑자기 나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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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오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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