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의 핵심은 품질이 아닐까

소비습관이 바뀌고 있다. 저렴하고 품질이 낮은데다 오래 못쓰는 제품 말고, 가격이 높지만 품질이 좋고 오래 쓸 수 있으며 나의 가치를 담는 제품을 선호한다. 저렴한 샐러드 말고 매일 먹어도 안질릴 정도로 맛이 있는 샐러드를 먹는다. 대나무 칫솔을 쓴다. 유칼립투스로 만든 운동화를 신는다. 비싼 헤드폰을 쓴다. 오늘은 가격보다 품질에 방점이 찍혀있는 가치소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핵심은 가치가 아니라 품질이다. 저렴이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은데 사회적 가치가 있거나 원재료가 다르다고 해서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럴거면 후원을 했겠지. 좋은 일 한다고 해서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거다. 좋은 일을, 잘하고, 섹시하게 하고, 그로 인해 나도 멋지게 만들어 줄 때, 이미 지갑은 열려 있다. 모든 분야에 이런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쓸 수 있고 이 제품으로 인해 내 일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품의 사용감은 중요하다. 무채색의 저렴이를 넘어서게 되면, ‘생동하는 물질’과 관계를 맺어야 삶에 활기가 생긴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귀족들이 생활용품과 디자인에 그렇게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단순한 과시욕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구별짓기의 측면도 있겠지만, 사용감, 디자인, 색채, 장인의 영혼이 담긴 제품의 물성은 일상을 명상적으로 바꿔준다. 아이폰으로 글을 쓸 땐 미세한 키보드의 피드백 덕분에 글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고른 컬러로 내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기쁘다. 신발이 발을 감싸는 느낌이 좋다. 애플 워치의 자태가 아름답다. 오랜 시간동안 인문학과 학자들은 감각을 추구하는 문화를 무시하고 비판하며 의미를 들이댔다. 감각, 감성, 감정을 여성적이고 하위인 것으로 보는, 합리적 (남자) 인간관의 역사다. 죄송하지만 난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몸을 가진 존재다. 감각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나에겐 증거이자 논리다. 제품의 사용감, 디자인,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논의의 출발점이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가치라는 것은 뛰어난 품질의 제품에 얹어진 체리 같은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좋은 신발인데, 유칼립투스로만들었으니까 돈 더내고 신는 거다. 양털로 만들어서 자연분해된다고 해도 제품이 별로면 안신는다. 그럴거면 짚신을 공동구매해서 신고 다니지 않았겠는가. 특히 사회혁신의 관점이나 문제해결의 관점을 가진 사람일 경우, 자신의 이상과 비전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너무 멋지고 좋은 일인데 왜 투자를 안해주고 제품을 안써주는 것인가. 세상은 빨리 변하고, 디자인과 사용감에 가치까지 얹은 제품이 이미 대세인 것 같다. 소비의 장르에 럭셔리, 가치-품질, 저가-보급만 남지 않을까? 중간대의 가격에 애매한 품질의 제품을 누가 살까? 세상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볼 일이다. 과연 나는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나. 우리 제품이 정말 좋은 제품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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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6일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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