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들을 추려서 Q&A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몇 편의 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제 생각을 성심성의껏 적어봅니다.
01. 질문을 주신 분께서는 5년 차 기획자고, 스포츠 웨어 관련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계시다고 본인을 소개하셨습니다. 제법 안정적이었던 대기업 산하 의류 브랜드에서 3년 정도 근무하시다가 개인적인 도전을 해보고 싶어 기술 요소가 추가된 패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셨다고 하네요.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메신저를 통해서도 패션 분야에 대한 욕심이 꽤 크신 것이 느껴졌습니다.
02. 다만 제게 던져주신 질문은 결코 가볍지 만은 않았습니다. (본인 동의하에) 질문 전문을 공개하면 이렇습니다.
"대학생 때는 그렇게 하고 싶었던 패션 사업 기획이라는 분야를 막상 직무로 대하니 날이 갈수록 혼란스러움이 커집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패션'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여전히 애정이 큰데 제가 진짜 이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이 '사업 기획'일까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저 스스로도 정말 헷갈립니다. 당장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싫진 않지만 어느 순간엔 타성에 젖어 일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거든요."
03. 물론 이 질문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본인이 그 일을 좋아하는지 안 하는지 헷갈릴 수가 있나?'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내가 이 일을 어느 정도 애정 하는지, 이 일을 정말 오랜 커리어로 들고 가도 좋을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뭔가에 푹 빠져 물고 늘어지는 분들을 보면 상대적인 부러움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죠.
04. 제가 이 질문에 정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기준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와 성장을 찾는다'고 말입니다.
이전에 ⟪기획자의 독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하긴 했는데, 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칼같이 나누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해서 잘할 수도 있고, 잘해서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본인이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명확히 아나보다'라는 생각에 신기함도 느낍니다.
05. 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늘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걸 느낍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작은 변화나 변주를 주면서라도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저는 기획을 좋아하고 브랜딩을 좋아하다 보니, 어렵고 힘들고 막막한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래도 뭔가 작은 시도라도 해서 약간의 의미라도 보태면 그게 참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06. 그래서 저는 주위 사람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일에 스스로 변화의 포인트를 부여할 때 '아, 저 사람은 저 일을 꽤 좋아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 요렇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지려나? 저렇게 하면 또 어떤 모습이 되려나?'하는 생각을 할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거 같거든요. 그런 크고 작은 변화의 시도가 싫지 않다면 저는 스스로 그 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확신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07. 연차가 점점 높아지며 느끼는 건, 경험이 많을수록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겁니다. '이게 내 커리어로 굳어져도 괜찮을까?',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이 일을 좋아하긴 하는 걸까?' 같은 형태의 질문들 말이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에서부터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막한 질문들을 구체적인 질문들로 쪼개고 그 물음들에 답을 해보는 거죠. 그러니 이 일이 정말 나와 잘 맞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가 궁금하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한 번 물어보세요.
'나는 여전히 이 일에 변화와 변주를 주는 것이 재미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