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타인의 피드백을 현명하게 잘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

*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들을 추려서 Q&A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몇 편의 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제 생각을 성심성의껏 적어봅니다. 01. 오늘 질문 주신 분께서는 모빌리티 테크 분야에서 사업기획을 담당하시는 8년 차 기획자라고 하셨습니다. 꽤 긴 질문을 주셨는데 질문자분의 동의하에 아래와 같이 질문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협업이 워낙 많은 직무라 제게는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데요, 제법 스킬이 생겼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일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특히 (세일즈 쪽의 니즈와 제품 기획 쪽의 니즈 사이에서) 양측의 피드백을 전달하고 조율해야 하는 입장에 있을 때는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입니다. 괜히 제가 말 전달을 잘못해서 난처해진 경우도 여러 번 있고요.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현명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02. 질문 내용만으로도 고민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지시죠? 저도 이 질문을 받고서는 '제가 답해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려다가 잠시 양해를 구하고 며칠간 틈틈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사람인지도 돌이켜보고, 유형으로 치면 어떤 피드백이 가장 난해한지, 이를 잘 극복해 낸 경험은 있었는지도 한번 생각해 봤죠. 03. 그러자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방법이 떠오르더군요. (엉킨 실타래를 모두 풀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작은 실천 방법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제가 가장 싫어하는 피드백 유형은 팩트가 아닌 감정으로 전달되는 피드백입니다. 회사 일이야 문제를 해결하자고 다 같이 머리를 맞대는 건데 '난 이거 맘에 안 들어'라며 싫은 티만 내는 피드백은 아주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머릿속에도 지금 몇몇 특정한 사람들이 떠오를 수 있을 테니까요. 04. 저는 애매모호한 피드백이나 감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그 말들을 내가 흡수하려 하지 말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부정확한 메시지들을 계속 내 안에서 복기하고 번역해 봤자 제대로 해석이 불가하다는 거죠. 그러니 다른 사람이 이상한 피드백을 준다고 생각하면 '일단 받고 보자' 하기에 앞서, 그 피드백을 다시금 해석해서 전달하게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05. 가장 쉬운 방법은 '되묻는 것'입니다. 방금 내가 받은 피드백이 애매하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생각이 들 땐 '방금 말씀하신~라는 게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요?'라고 다시 물어보는 거죠.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이라도 그게 타인의 입을 통해 다시 반복되면 잠시나마라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심지어 1초 전에 본인 입으로 한 말인데도 '제가 그렇게 말했나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현명하게 피드백을 받는 첫 번째 단계는 '이해한 척, 받아들인 척, 납득한 척' 하지 않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니 하나라도 애매한 게 있다면 냉큼 받지 말고 우선 나와 그 사람 사이의 테이블에 이 말을 올려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06. 앞서 설명한 유형과는 달리, 크게 애티튜드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말 피드백하는 능력이 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나 용어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타입이죠. 당연히 그 사람들 스스로가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지만, 당장 내가 피드백을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대책이 있어야 함이 분명합니다. 그럴 땐 내 나름대로 다양한 피드백 옵션을 주고 선택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 이런 이런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런 느낌에 더 가까운 걸까요?'라는 표현을 옵션으로 줄 수도 있고, 그것조차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대안을 전달하고 그나마 가장 본인의 의견과 일치하는 것부터 가장 먼 것을 하나씩 고르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07. 마지막으로는 '합의의 과정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비유나 메타포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 '네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라고 끝난 대화가 서로에게 정확히 일치하는 이미지를 선물해 준 기억 있으신가요? 늘 이 문답의 끝엔 '어.. 제가 말한 건 그거 아니었는데...'와 '그때 분명 이런 느낌이라고...하셨...'이라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나요? 따라서 피드백을 마무리하는 타이밍에서는 내 나름대로 정리의 주도권(?)을 가진 다음 '저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가요?'라는 확인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추후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죠. 08. 설명이 길어졌지만 사실 피드백은 '수렴'의 과정입니다. 그동안 펼쳐 놓은 것들 중에서 영 아닌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연장을 대거나, 더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추가해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당연히 불명확한 것들을 명확하게 전환하는 작업이 어쩌면 피드백의 핵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09. 회사별, 조직별 사정도 다 다르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도 다르니 각자의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 한번 잘못 받아 반영했을 때 불거지는 나비효과를 상상해 보면 조금 냉정하더라도 명확한 수렴의 피드백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실 겁니다. 식당에서 음식 하나 주문받을 때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거 왜.. 있잖아요.. 이렇게 생긴 건데'라고 말한다고 해서 '네네 손님 어떤 느낌인지 알겠습니다'라며 직원이 생각한 메뉴 내오는 식당이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합의된 정확한 메뉴를 찾을 때까지 되묻고, 옵션을 주고, 표현을 하며 수렴해 가는 거죠. 10. 그러니 적어도 제 입장에서 현명하게 피드백을 받는 방법은, 명확하고 선명한 표현을 이끌어내서 합의에 이르는 피드백이 아닐까 싶네요. (답변을 하다 보니.. 또 저부터 반성하게 됩니다. 저는 진짜 그런 피드백 잘 하고 있는지 다시금 점검을 해봐야 겠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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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6일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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