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인상깊은 방시혁의 인터뷰 >

1 차우진: 이 친구들을 어른 취급하시는 것 같은데요. ​ 방시혁: 예. 제가 그래요. 근본적으로 애를 애 취급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초등학교 한 3학년 때까지? 그 뒤엔 사리분별을 못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니 사고를 칠 수는 있겠지만, 사리분별을 못한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원래 어릴 때 더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중학교 들어가서는 왜 나한테 자꾸 인생을 설교하려고 그래? 막 이랬죠. 그런 친구들에게 뭘 해라, 마라 이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해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라는 거죠. 방탄은 거기에 하나 더. 힙합이 싫으면 함께할 수 없었어요. 우리가 힙합을 사랑하는 방법까지 가르칠 순 없잖아요. ​ ​ 2 ​차우진: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 가수가 되겠다는 건… ​ 방시혁: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은 친구랑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물론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건 너무 좋아요. 끼가 있어야 하니까. 연예인이 목적인데, 일단 노래를 수단으로 해보겠다는 친구랑은 일하기 싫은 거죠. 순서의 문제에요. 노래가 좋아서 노래하다가 연예인이 되는 건 다른 거니까. 그런데 반대로 ‘나는 음악이 좋은데 연예인은 그걸 위한 수단일 뿐이야’라는 것도 싫어요. 그럼 무대 아래서만 음악을 하면 되죠. 저는 무대도, 음악도 모두 사랑해야 한다고 봐요. ​ ​ 3 차우진: 빅히트의 방향, 비전을 구조적이거나 산업적인 맥락에서 고민을 하시는 건데, 그럼에도 어쨌든 시장성이나 상업성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 있지 않나요? 특히 글램과 보컬로이드 시유가 함께 등장한다거나, 힙합 아이돌이라는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킨다거나. ​ 방시혁: 저는 그게 아티스틱한 CEO뿐 아니라 모든 CEO의 덕목이라 생각을 하는데요. 단순히 시장을 분석하기만 한다고 나오는 판단은 아니라고 봐요. 그런 판단은 첫째, 내가 좋아할 것. 아마 삼성이나 애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호불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둘째가 감이에요. 큰 결정들은 전적으로 저의 호불호와 감에 의존하고, 제가 책임도 지죠. 그 점에 대해선 최소한 임원급에서는 이견이 없는 걸로 알아요. 그게 저 사람의 역할이다,라는 거. 참고로, 옛날에는 그게 곡에도 반영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하지만 팬을 위한 콘텐츠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요. 저는 A랑 B 중에 뭐가 더 좋은지 모르는데 팬 매니지먼트는 딱 알아요. A-B 중에서 어떤 거? 이러면 ‘A입니다.’라고 해요. 왜냐고 물으면 ‘몰라요 그냥 A가 좋아요’ 이래요. 그래서 내보면 다들 A를 좋아해! ​ ​ 4 차우진: 그러면 방탄소년단에 대한 확신이랄까, 어쨌든 밀어붙일 수 있는 근거라는 건. ​ 방시혁: 크게 두 가지인데요, 프로듀서로서 방탄소년단을 소신껏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 하나는 이들 전원이 빅히트에서 처음 연습생을 시작한, 이른바 빅히트 순혈들이란 이유에요. 사실 이런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에요. 대게 멤버 중에 한 둘은 다른 데서 연습생 하다가 늦게 합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무튼 이런 이유로 방탄은 프로듀서/제작자의 의도를 선입견 없이 잘 이해해 줬어요. 그리고 이들은 정말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 멤버들이 대부분 10대 초반부터 음악과 춤을 시작했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빅히트와 인연을 맺게 된 거죠. 이 열정이, 정말로 있어요. 그게 제가 이들을 믿고 가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죠.​ ​ ​ 5 2013년, 10년 전 방탄소년단이 처음 나왔을 때 방시혁의 인터뷰. 방탄소년단을 만들어 온 과정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사람'에 대한 명확한 관점과 타협 없음이다. 당시의 아이돌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따라갈 수 있는 길도 아니다. 무엇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 ​​ 6 회사의 경영도 마찬가지다. 선입견이 없고 확신이 드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이 찾아오는 것은 노력만으로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이룰 수 없는 꿈임에도 늘 꿈꾸게 되는 모순이다.

2013년 방시혁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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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3일 오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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