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팀원에게 말하기가 겁나네요. 제 의도는 전혀 그게 아니었는데, 어쩜 그렇게 삐딱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조금만 세게 얘기하면 블라인드에 올릴까봐 싫은 얘기는 아예 안 하게 됩니다.”(팀장) “팀장님 얘기를 듣다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맥락 설명도 없고, 팀장님 본인 입장도 애매하니, 일단 그냥 해보라는 거죠. 저희가 얼마나 답답한지 팀장님만 모르는 것 같아요.“(팀원) 모든 회사에서 직원들끼리 소통이 어렵다고 난리다. 특히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소통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도 하고, 함께 야외에 나가 체험 활동도 하고, 게임을 활용한 팀워크 향상 프로그램도 시도한다. 하지만 왜 소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 구성원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서로 친해지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중첩적이다. 1️⃣역할 차이에 따른 어려움은 상수(常數)다.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는 팀원의 속마음은 ‘제발 일을 줄여주세요’인데, 이를 듣는 팀장은 ‘뭐 그렇게 일이 많다고 저럴까, 내가 일하던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데, 그땐 거의 매일 야근이었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잠깐 시간 있어?“라고 묻는 팀장의 속마음은 ‘지금 당장 시간을 내야지’인데, 팀원은 ‘이따가 시간 나면 가야지, 또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보자고 하시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리더와 구성원 간의 대화는 수시로 ”오해“를 낳는다. 2️⃣현재 한국 사회의 세대차이가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든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동시에 살고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650달러일 때 태어난 1975년생 팀장과 1만1600달러일 때 태어난 1995년생 팀원은 국민소득 만큼이나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환경 차이가 큰 세대 간의 소통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3️⃣성장 환경에 따른 성향 차이도 존재한다. 리더 세대는 어려서부터 집에서는 부모님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칭찬보다는 질책과 지적을 더 많이 받으면서 성장했다. 칭찬은 커녕 야단만 맞지 않아도 그날은 무사하게 넘어간 날이었다. 회사에 입사해서도 선배들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업무 지시를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알아서 하는 거고, 눈치껏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말을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듣는’ 연습이 안 되어 있다. 너무 말이 많으면 ‘사람이 가볍다’고 혼나기까지 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참으면서 일했다. 그 결과 리더 세대는 대부분 말수가 적고, 말을 잘 못한다. 그때는 다들 그랬다. 그런데 팀원 세대는 한국 사회의 극적인 성장에 발맞춰, 어려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고 자랐다.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교육받고, 발표를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성장해서 회사에 입사했는데, 리더들은 칭찬을 안 하고 혼만 낸다. 지적질은 안 했어도 맘에 안 드는 얼굴 표정이 역력하다. 팀원이 질문하면 리더들은 당황한다. 그리고 리더는 왜 그리 회식을 좋아하는지 팀원 입장에선 알기 힘들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사무실에서 보면 또다시 뚱한 표정 그대로다. 리더 세대가 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리를 빌려 그동안 참아온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고, 술 한잔에 얘기를 나누며 서로 위안을 얻는 목적이 크다. 그런데 젊은 세대 입장에선 이것이 이해가 안 간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통의 어떤 측면이 핵심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말하기의 문제인지, 듣기의 문제인지, 아니면 근본적 신뢰의 문제인지 말이다. 나아가 리더의 문제가 큰지, 구성원의 문제가 큰지, 맥락과 상황의 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맞물려 있는 것이지만,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초점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말하기 측면에서 효과적 의사 전달, 설득, 스토리텔링, 자기주장 훈련이 필요할지, 아니면 듣기 측면에서 긍정적 관계 형성, 무조건적 경청, 공감과 수용 연습이 필요할지 결정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프로젝트들을 통해 내린 결론은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리더가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축구 경기에서 ‘티키타카’처럼 짧고 명료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화자(話者)가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청자(聽者)가 듣고, 서로 대화하고 절충하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리더들이 의사 전달을 잘하지 못한다. 인터뷰를 해보면, 리더들이 말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주제는 ‘부정적인 피드백’이었다. 팀원의 좋지 않은 수행에 대해 말하는 것,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는 팀원에게 지적하는 것, 지나치게 수동적인 팀원에게 사실을 바탕으로 직면하게 하는 것 등을 특히 어려워했다. 왜냐하면 이 주제들은 리더와 팀원의 위치에 따른 관점이 너무나 다르고, 자칫 이야기를 꺼냈다가 감정이 충돌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회피하면서 상황을 방치하거나, 비효과적 의사 전달을 통해 서툴게 개입했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켜 버리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로버트 캐플런 교수가 말했듯이, 피드백을 못 받으면 직원은 무능해지고 리더는 독재자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처럼, 모든 사람은 화를 내지만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식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리더들은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을 우선 배워야 한다. 제대로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칭찬이든 지적이든 말이다. 지금처럼 계속 참으면서 말을 안 하다 보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효과적인 의사 전달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다 리더 자리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자신이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음을 후회한들 이미 때는 한참 늦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