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함정

“자신이 열정을 느끼는 일을 해야 된다.” 내가 우상으로 여기던 사람들이 이 말을 꼭 했던 것 같다. 10대 그리고 20대 초반까지는 이 말이 나에게 크게 와 닿았고 내 열정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게끔 했으며 10대 때부터 나는 나의 열정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정을 느끼는 것을 찾고 이를 해야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설파해왔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이 말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1) 열정을 느끼는 것은 복합적이다. “음악을 처음 접한 순간 부터 음악에 빠졌고 오로지 음악만을 하는 인생에 빠졌다.” 열정을 찾고 열정을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상상할때 이런 스토리를 많이 떠올린다. 이는 첫눈에 반하는 소울메이트를 찾아 인생이 행복해졌다는 로멘티시즘에 기반한 착각과 비슷하다. 열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다 맞아떨어져야 되는 경우가 많다. 관계성, 전문성, 자율성, 목적성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열정을 느끼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음악을 한다고 했을때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가 있고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이나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음악에 지속적으로 열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2) 열정은 선행되는 경우보다 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열정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열심히 하게 되고 주변의 반대나 여러 고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고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즉, 열정을 느끼는 것이 선행되고 그 외의 낙관적인 미래가 따라오는 것은 후행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로멘티시즘과 비슷하다. 이상형이나 소울메이트를 찾으면 서로의 단점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착각과 비슷하다. 이런 경우는 잘 없다. 극소수의 운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정이 선행되는 운이 안따른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확률이 높다. 끈기를 갖고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다보니 점진적으로 열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원래 디자인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있어 디자인과를 들어갔다. 과동기들은 대부분 애초에 디자인이나 미술쪽에 관심이 있어 들어온 애들이 많아 스케치나 포토샵과 같은 디자인 툴을 원래 잘 다루는 애들이 대부분이였고 동기들은 스케치나 포토샵을 이미 나보다 훨씬 잘 다루는데 내가 계속 디자인을 공부했을때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중간에 나는 디자인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있으니 그냥 대학을 중퇴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계속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고 조금씩 기술적인 순련도가 높아지게 되면서 그전에 느끼지 못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 경험에서 나는 특정 분야를 깊게 파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아 열정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 새로운 것을 배울때 혹은 내가 해보지 않은 영역을 배울때 당장 열정이 없어도 최대한 끝까지 해보려 한다. 열린 관점과 많은 실험 위의 내용들도 결국 내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내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든다. 최근 Range라는 책을 읽었다.[1] 흔히 Generalist를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한 분야에 깊은 지식이 있는 Specialist가 되어야 된다는 것에 대한 반박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열린 관점으로 많은 실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겼다. 대부분 자신이 어떤 것에 열정을 느끼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열정을 느끼는 매커니즘은 단순하지 않다. 이를 찾기 위해서는 열린 관점, 다양한 실험, 그리고 실험 과정에서 끝을 보려는 끈기를 갖고 있어야 되는 것 같다. Foot Notes [1] Range: Why Generalists Triumph in a Specialized World https://dis.qa/xZTl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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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3일 오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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