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Review] 디지털 전환 이끌 핵심은 신기술 아닌 고객 경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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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영상통화가 그랬다. 80년대 이전 세대에게 영상통화는 미래와 등가의 개념이었고, 음성 통신에서 영상 통신으로의 전환은 오늘날 디지털 혁명에 맞먹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던 기술 화두였다.
하지만 막상 2000년대 중반 영상통화가 상용화되었을 때, 우리의 일상은 물론 통신 습관조차도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음성통화가 대세였고, 손가락으로 텍스트를 타이핑하며 상대와 소통했다.
모바일 기기로 얼굴을 맞대는 행위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닥친 코로나 시국과 반강제로 시작된 언택트 환경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 일상의 방향을 튼 운전대를 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과 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였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그 자체는 언제나 일종의 촉매로 작용했다. 촉매만으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며, 다만 다른 화합물의 반응을 촉진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포인트는 시장(고객)이 무엇을 만났을 때 화학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시장)파괴를 만든 주범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탈레스 테이셰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주장은 도발적으로 느껴지지만 시장 변화의 근본적 원인을 조망한 혜안으로 평가받는다.
책 <디커플링>의 저자이기도 한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이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망각하고 있던 기업들에 던진 따끔한 일침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무엇을’ ‘어떻게’가 아니라 ‘왜(why)’라는 화두에 집중하는 기술이다. 유행을 좇듯 첨단 기술의 표피만을 취해 급조한 프로젝트가 혹평을 받는 이유는 ‘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무엇을’ ‘어떻게’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기술은 고객의 행동과 마음을 읽는 기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기술이다. 신기술은 이를 실현시키는 촉매로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답해야 할 질문은 ‘어떤 기술에 투자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이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고객이 진실의 원천”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최근 광고•마케팅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NFT 기술을 비롯한 신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다뤄지고 있다.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를 지닌 종합광고대행사들이 메타버스, NFT 아트 등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연관 기술 획득을 위해 외부 디지털 선도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및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이다.
하지만 신기술이 고객에게 매력적인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유효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향성인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와중에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엔 역사적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술’ 그 자체는 미래를 이끄는 드라이버가 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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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8일 오전 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