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28 ] ⟪기업의 벽⟫

📌 이럴 때 추천해요 :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경영 서적을 만나고 싶을 때"


01 . 경영 서적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자서전에 가까운 이 두꺼운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많은 기억과 경험들이 왜곡되었을까?'하는 생각이죠. 이는 글쓴이를 탓하려는 의도보다는 인물 중심의 경영 이야기의 운명적 특성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 속에서 어떤 부분이 의미 있었는지 또 어떤 것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는지 취사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이죠.


02 . 경영 경제서의 대가 중 한 명인 '구와바라 데루야'가 지난 연말 신작을 내놓는다는 소리를 듣고 책이 발간되자마자 냉큼 구매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보자마자 ⟪기업의 벽⟫이라는 제목에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고 말았죠. '43인의 글로벌 CEO가 들려주는 문제 해결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긴 하지만 '기업의 벽'이라는 포인트는 이 책을 압축해서 설명해 주기에 너무도 부적절한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챕터별 제목을 한데 모아 그냥 '벽'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드니까요. (그 또한 최적의 제목은 아니지만요...)


03 . 하지만 구와바라 데루야의 필력답게 책은 무척 흥미롭고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셨겠지만 이 책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선택의 기로를 맞이한 43명의 CEO 이야기를 짤막짤막하게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영감과 용기를 얻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는 책이라 할 수 있고 요즘 트렌드에 맞춘 숏폼 형식의(?) 경영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04 . 책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비교적 현대의 CEO들이라 할 수 있는 트래비스 캘러닉(우버), 드류 휴스턴(드롭박스), 다니엘 에크(스포티파이), 케빈 시스트롬(인스타그램)의 이야기도 담겨 있고, 전통의 강호(?) CEO들인 필 나이트(나이키), 스티브 잡스(애플), 리처드 브랜슨(버진), 샘 월턴(월마트) 등의 일화도 소개됩니다. 심지어 삼성 이건희 회장님도 한 챕터로 다뤄집니다.


05 .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주 심플합니다. 하나는 경영서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인생에 대한 철학을 더 많이 엿볼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짧은 호흡과 에피소드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한 기업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낸 책에 살짝 지쳐있는 분들이 읽으면 다시금 리프레시 되는 효과가 꽤 크다는 점입니다.

세상엔 벽돌책 같은 경영서도 필요한 반면 이렇게 생활의 지혜를 모아놓은 실용서 같은 경영 서적도 한 권 필요한 법이니 말이죠.


06 . 다시금 제목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이 책의 일본 원서 제목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버전의 부제에 해당하는 '43인의 글로벌 CEO의 문제 해결법'이 원제이더라고요. 오히려 심플해서 저는 이 편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원서의 부제는 '仕事の悩みをあの手この手で解決する!'이라고 되어있는데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관계로 번역기를 돌려보니) '일의 고민을 내 손으로 해결한다'라고 번역되더군요. 책을 다 읽고 나면 부제 역시 이 제목이 몇 배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도서 시장 특성상 아무리 경제경영 매대에서 표지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책의 본질적인 부분을 왜곡해 제목과 부제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이니까요...


07 . 아쉬운 점을 열거했지만 충분히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굳이 소장하지 않고 대여해서 읽거나 나중에 밀리의서재에 올라오면 그때 읽어도 크게 아쉬울 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렇게 가끔은 경영 서적을 조금은 가볍게, 마치 인스턴트 라면이나 즉석 떡볶이 같은 느낌으로 만나는 경험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저자인 구와바라 데루야가 보여주는 현장 중심의 이야기들이 늘 좋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의 포맷에 갇히지 않고 조금씩 더 새로운 포맷으로 글을 쓰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도, 책 속에 등장하는 CEO들의 스타일도 다양하게 만나보고 싶다면 ⟪기업의 벽⟫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4년 1월 19일 오후 4:10

댓글 0

    함께 읽은 게시물

    🏀NBA 보여줄게 9,900원 더 내라는 쿠팡의 묘한 셈법

    ... 더 보기

    "NBA 보여줄게 9900원 더 내"…쿠팡의 묘한 셈법

    비즈니스워치

    "NBA 보여줄게 9900원 더 내"…쿠팡의 묘한 셈법

    [일터의 근육] 컬리 일잘러들의 공통점

    '

    ... 더 보기

    내 옆 일 잘하는 동료가 가진 것

    Brunch Story

    내 옆 일 잘하는 동료가 가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