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3년도, 부채 상환에 실패하다

나는 사회생활을 생각보다 늦게 시작했다. 28살, 아홉수까지 두 달 남았을 때 10명 남짓한 회사에 취직했다. 그 당시 내 마음은 1)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 2)창업에 대한 동경, 3)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고루 섞여 있었다. 내면에서 솟아 나오는 파동이 나를 에너지 스타트업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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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한 5년 뒤에는 회사가 급격히 성장해 게임 체인저가 되어 있을 줄 알았고, 나는 대단히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던 것 같다. 당시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5년 차쯤 사업 하나 해봄직하지'라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어렴풋이 5년 뒤엔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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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그 덕에 정말 가지각색의 일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하드웨어를 제품화하고, 직접 설치하러 왕복 500km 되는 태양광발전소를 일주일에 몇 번씩 갔다 오기도 했다. 3년차에는 팀장직을 맡아 매니징을 경험했고, 전사 OKR을 세팅하기 위해 워크숍을 주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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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5년째가 되는 23년도가 그 막을 내렸다. 그 사이에 난 2번 이직했고, 여전히 보통의 직장인이다. 23년도는 과거의 내가 마음먹은 결심의 부채를 상환하는 해였고, 나는 상환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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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변화한 생각, 변화한 부채

상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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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 내 생각도 꽤 변했다. 창업을 향한 마음은 예전보다 줄었고, 직장인으로서의 직무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업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하는가?'에서 '뛰어난 창업자가 바라는 동료가 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로 질문이 바뀌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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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이 정답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PO로서 내가 경쟁력 있는 PO임을 자신할 수 있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새로 만든 부채이고, 이전 것과 달리 매년 부분 상환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23년도에는 역량을 제대로 보여야 했다. 나 스스로에게도, 회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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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말, 회사의 첫 사업이자 캐시카우인 제품을 맡았다. 8년 가까이 운영했던 서비스라 레거시도 많았고, 별다른 조치 없이도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개선할 부분들이 많이 보였고, 회사가 원하는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22년 대비 23년도 연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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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는 부분 상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상환할 부채가 많다. 이자까지 넉넉히 내기 위해서는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스킬이 무엇이고, 그것이 얼마나 뾰족한지, 퀀텀 점프를 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가 필요하다. 나를 파악하고 성장으로 이끄는 길은 이제 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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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4년도 목표, 신규 부채의 상환 계획

EK님이 블로그에 공유해 주신 셀프 성장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봤다(좋은 템플릿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중점 과제별 23년도 성과와 미흡한 점, 24년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나는 중점 과제를 4개 선정했는데, 커리어 관련한 것만 작성했다.

중점 과제 : 커리어

성과

- 맡은 사업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킴

- 동료들로부터 '가장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상에 뽑힘

미흡한 점

- 중장기 커리어 플랜을 설계하지 못함

- 커리어 롤모델 없음

- 일에 대한 궁극적 목표를 재설계해야 함

- 창업 vs 직장인에 대한 고민 정리하지 못함

내년 목표

- 직장에서 새로 맡은 사업 성과 내기

- 일하는 목적과 달성 방법 정의하기

- 커리어 중장기 플랜 설계하기

- 커리어 롤모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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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팀원들, 외부 사람들도 얘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실제로 그동안 얘기를 잘 못 해본 개발자분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인사이트도 얻고 재밌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우연한 만남 속에서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발현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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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은 복작복작한 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