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M과 PO는 무엇이 다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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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과 PO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둘은 늘 묶여 다닌다. 서로 비교해서 설명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정의는 있을 수 없다. 필요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정의되는 것이 맞는 답이다. 과연 PM과 PO는 무엇이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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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르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둘이 다르다는 건, 둘은 같은 점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점이 아예 없다면, 다르다는 비교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일단 단어가 다르다. PM과 PO는 앞 글자는 같고, 뒷글자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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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어는 Product이다. PM과 PO는 모두 제품을 만드는데 구심점 역할을 한다. Stakeholder의 요구사항을 정제하고 관리한다. 정제된 요구사항을 Maker와 함께 가장 임팩트 있는 형태의 제품으로 만든다. 이 전체의 과정을 모두 책임지는 역할은 PM과 PO 모두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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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점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의 책임이다. 그럼 다른 점은 그 과정 속 어느 부분일까? 다시 단어를 보자. Manager와 Owner다. 보통 이 단어를 해석해서 둘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러면 PM은 관리/운영의 역할, PO는 큰 오너십을 가진 역할이 된다. 하지만, 그 차이가 잘 와닿지 않는다. PM/PO가 비교하기 어려운 전혀 다른 직무인 것만 같다. 왜냐하면 설명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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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를 하려면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차이가 선명하게 보인다. Manger와 Owner의 차이를 만드는 기준은 우선순위 결정권이다.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하지 않을 일에 대한 결정과도 같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어디에 먼저 사용할 건가에 대한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 결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PM과 PO의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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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결정 권한은 PM과 PO에게 어떤 차이를 줄까? 이 질문을 바꿔보자. 우선순위 결정권이 있으면 제품을 만들 때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 제품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면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오너십이 생긴다. PO의 Owner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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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결정 권한이 있다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그렇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에 가깝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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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의 축은 요구사항을 제품으로 잘 만드는 것이다. 제품의 본질은 도구다. 제품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에는 언제나 목적인 요구사항이 있다. 이 요구사항을 가장 효과적인 모습의 제품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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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축은 제품의 비전이다. 장기적으로 이 제품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어떤 방향성과 로드맵이 필요한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과 계획을 준비한다. 제품화를 기다리는 요구사항은 끝이 없다. 만약 이런 구심점이 없다면 제품은 단순히 요구사항들이 구현된 집합일 뿐이다. 그저 사업이 원하는 기능만 계속 추가되는 기괴하며 누더기 같은 모습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제품의 비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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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개의 축은 늘 부딪힌다. 상충한다.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 리소스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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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결정은 이 두 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요구사항의 중요도와 시급도를 검토하고 결정한다. 제품의 비전을 위한 실행들도 함께 고려한다. 양쪽의 축을 함께 본다. 모든 걸 고려한 최선의 결정을 한다. 이런 균형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PM/PO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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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의 결정 권한이 PM에게 없고, PO에게는 있다는 표현은 너무 극단적이다. 보통 PO는 그 권한을 모두가 알 수 있게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PM은 권한을 선언하지 않아 희미한 경우가 많다. 또는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왜 권한이 선명하고, 또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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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결정 권한은 유효한 범위가 있다. 모든 걸 전부다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범위는 기능적인 도메인이나, 구체적인 목표나 미션이 된다. 오너십은 이 바운더리를 정의하는 데서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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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너십의 바운더리가 여러 개라면 그만큼 제품의 규모가 크다는 얘기다. 규모가 크니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관점이 다양하니 자연스러운 합의는 어렵다. 제품의 두 개의 축을 균형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끌고 가야 할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러므로 제품을 끌고 갈 구심점이 되는 역할인 PO에게 명시적인 우선순위 결정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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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제품이 작은 초기 단계거나, 조직이 매우 작은 경우라면 결정과 권한을 생각하는 건 비효율이다. 모두가 빠르게 논의하고 빠르게 합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의 PM이라면 명시적인 권한 부여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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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나를 불러주는 이름과 호칭은 큰 영향을 만들 수 있다. 또, 그저 단순한 단어의 차이로 생각할 수도 있다. PM, PO가 뭔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독특한 견장을 생각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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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5일 오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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