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압축된 브랜드 경험을 느껴보고 싶을 때"
01 . 어쩌면 이미 커피라는 대상은 문화와 퀄리티라는 영역을 애초에 뛰어넘어 '브랜딩' 싸움으로 진입한 영역일지 모릅니다. 사람들 저마다 예전만큼 커피 맛에 대해 민감한 기준을 들이밀지 않는 기조가 퍼지고 있고, 특정한 무엇 하나를 고집하는 사람보다 여러 커피, 다양한 메뉴를 즐기는 사람이 훨씬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02 .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식음료 브랜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커피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엔 백화점만 가도 마치 카페 안에 룩북의 형태로 제품을 홍보하는 패션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으니까요. 브랜드에 대한 경험 속에 카페를 집어넣는 게 아니라, 아예 카페를 베이스로 브랜드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고 봐야 맞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03 .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에 관련한 책이 나오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이왕 브랜드의 각축장이 된 제품군이라면 그 안에서 진짜 잘하는 브랜드들에겐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한 영역에 대해 비교할 수 있을만한 다양한 학습 경험이 생기면 다른 영역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러고 보니 제가 하워드 슐츠가 쓴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를 처음 읽은 게 2003년쯤이니... 커피 관련한 책을 무려 20년 넘게 읽어온 셈이기도 하군요.)
04 . 서론이 꽤나 길었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일리(illy)'라는 커피 왕국을 세운 리카르도 일리 회장이 쓴 ⟪브랜드 경험의 본질 :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입니다. 미국의 커피문화가 스타벅스라면 이탈리아의 커피문화는 일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안에서는 라바짜(Lavazza)와 더불어 늘 원두 공급 시장의 1,2위를 다투는 브랜드가 바로 이 '일리'커피죠.
05 . 일리가 좋은 브랜드로서 기능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처럼 자국민에게 받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보통 이 정도의 규모를 가진 브랜드라면 다양한 이슈와 구설수에 휘말리기 마련인데 일리는 이탈리아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고 그런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며 자국민들이 느끼는 그 소중한 경험이 다른 곳으로도 전파되고 있거든요. 그러니 한편으로 브랜딩을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는 질투 날 정도로 잘하는 브랜드라고 느껴질 정도죠.
06 . 이 책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펼처온 정신적, 실체적 산물들이 소개됩니다. 우리 브랜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때마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11가지로 정리된 '인칸토''라는 전략을 펼친다라는 명쾌한 공식과 함께 말이죠. 이를 위해 완벽, 일관성, 아름다움, 진정성, 가족, 단순함, 경작, 정련, 관계, 인내, 놀라움이라는 각각의 요소들을 통해 어떻게 일리라는 브랜드가 자기다움에 집중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07 . 그래서 이 책 한 권 정도만 읽어도 브랜드 하나를 가꾼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 일인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ESG 경영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는 이때, 진짜 '좋은 경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레슨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나 ESG요!'라고 외치며 거들먹거리는 책들보다 이 책 한 권이 훨씬 좋더라구요)
08 . 개인적으로는 작년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리 사랑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카페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고 커피를 담고 난 후 재활용되는 일리 캔들을 가지고 화분으로도 쓰고 그림 그릴 때 붓을 씻는 물통으로도 쓰고, 목탄을 넣어 작은 휴대용 난로로까지 쓰는 그들을 보며 국민 브랜드라는 게 이런 것일 수 있겠구나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09 . 따라서 혹시 브랜드라는 세계, 브랜딩이라는 활동에 대해 조금이나마 그 실체를 알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먼저 이 책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흥미진진하면서도 그들이 설명해 주는 경험과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정통 에스프레소 같은 압축된 브랜딩 책 한 권을 음미하고 싶다면 ⟪브랜드 경험의 본질 :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선택해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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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8일 오전 7:15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본질이라는 말은 들으면 들을 수록 와닿는 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