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일상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럴 때면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명대사를 떠올린다. 그러면 잠깐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그 대사는 다음과 같다.


• 헤스켈 무어(사위인 아담 어윙에게) ⏩️ 자네가 뭘 하든지, 끝없는 대양의 물방울 하나 밖에 되지 않을 것이야. (No matter what you do, it will never amount to anything more than a single drop in a limitless ocean.)


• 아담 어윙 ⏩️ 물방울들이 모여 대양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What is an ocean but a multitude of drops?)


필자가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 만화가 이현세가 있다. 그가 삼국지 시리즈 만화를 냈을 때 만났다. 솔직히 말해 만화는 핑계였다. 오래 전 그가 일간지에 쓴 ‘천재를 이기는 법’에 대해 묻고 싶은 게 그를 만난 진짜 이유였다.


그 글에 따르면 이현세는 천재들 앞에서 주눅 들며 만화를 포기할까 고민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천재를 이겼다. 그 비결은 ‘매일 딱 한 걸음’이었다. 이현세는 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천재가 아닌)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가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 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산 정상이든 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가 해지기 전에 내딛은 ‘딱 한 걸음’은 영화 속 아담 어윙이 말한 ‘물방울’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언젠가는 대양을 이루듯이, 그에게는 딱 한 걸음들이 모여 그가 그린 여러 걸작 만화가 됐다.


하지만 한참을 애써 물방울 하나를 만드는 삶은 얼마나 힘들까? 하루에 딱 한 걸음만 내닫는 삶은 얼마나 인내심이 필요할까? 실제로 이현세는 이렇게 썼다.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 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천재 친구는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천재와 경쟁도 해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졌다.”


이현세는 천재인 친구 앞에서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 날밤을 새며 매일 한 걸음씩 힘겹게 그린 원고는 천재 친구가 술 먹으며 그린 원고보다 못했다. 자신이 매일 내딛는 딱 한 걸음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매일 물방울을 만드는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현세는 만화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천재를 그냥 보내주었다. 천재들과 정면승부 하지 않았다.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현세가 20년간 쌓은 ‘매일 딱 한 걸음’은 천재를 앞지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설사 천재를 이긴다 한들, 매일 한 걸음을 내딛고, 매일 물방울을 만드는 삶이 즐겁고 행복한 삶일까? 인내심을 갖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이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일상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나 매일 한 걸음의 삶은 행복하다. 그 자체로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매일 내딛는 한 걸음은 비록 작지만 ‘전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터뷰 했던 하버드 경영대학원 테레사 아마빌 교수에 따르면 ‘작은 전진’의 힘은 놀라울 정도다. 아마빌 교수는 3년 동안 7개 기업, 238명의 전문직 직장인의 일기를 받아 분석했다.


직장인들이 일기에서 ‘베스트’; 즉 최고라고 했던 날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그런 날에는 바로 업무에서 ‘전진’이 있었다. 크고 중요한 전진만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소한 사건의 28%가 직원들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은 매일 ‘작은 전진’으로부터 감정이 고양됨을 느끼고 동기부여의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다. 이처럼 작은 전진만으로 인간은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매일 내딛는 한 걸음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작은 전진은 우리 삶을 미소 짓게 만든다.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하루에 딱 한걸음 작은 전진을 하면 천재를 이기고, 삶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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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하루에 딱 한걸음 작은 전진을 하면 천재를 이기고, 삶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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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일 오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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