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46 ] ⟪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

📌 이럴 때 추천해요 : "좋아하는 공간을 방문하기 전, 그 공간의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고 싶을 때"


01 . 최근 다녀온 공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서초에 새로 문을 연 음악 박물관 '오디움'이었습니다. 오디움은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설립 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고 예약 역시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기에 '후기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죠.


02 . '오디움'의 건축 설계를 맡은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건축 거장 '구마 겐고'입니다. 구마 겐고는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을 비롯해 산토리 미술관, 프랑스 브장송 예술문화센터 등 화제성 높은 건물들을 설계했고 대중적으로 또 산업적으로 언제나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죠.


03 . 제가 구마 겐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글을 참 잘 쓰는 건축가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건축가처럼 개인의 전문성이 아주 크고 깊은 분야를 다루는 분들은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글을 어렵게 쓰는 경우도 많고, 지나치게 강한 어조를 들이미는 경우도 많고, 공감하기 힘들 정도로 자의적인 해석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겐고 선생의 글은 깊은 통찰과 우직한 철학이 담겨있으면서도 담백한 어조와 쉬운 단어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두 편의 글만 읽어봐도 마치 그가 설계한 건물의 단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죠.


04 . 그런 그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바로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입니다.

이 책은 그가 가진 건축적 철학과 그 배경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인데요, 저도 처음엔 다소 무거운 제목 덕분에 조금 쫄았던 게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서라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형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05 . 무엇보다 각 글 하나하나마다 건축적 특징이나 소재, 양식, 요소, 기법 등을 테마로 잡아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데 건축에 대한 상식과 더불어 그 미시적 대상에 담긴 커다란 세계를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참 즐거운 일입니다. 다른 화자가 아닌 구마 겐고의 필력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쁜 일이고 말이죠.


06 . 저는 오디움을 방문하기 전 또 한 번 휘리릭 책을 넘기며 제가 좋아하는 챕터들만 발췌독을 해봤는데요, 예전에 한 번 정독한 책이지만 다시 꺼내 읽어도 너무 좋았기에 이번 주말 2회독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글로 만난 건축가의 생각을 실제 그가 설계한 공간에서 느껴보고, 그 공간을 방문하고 나서 다시 그의 이야기를 되새겨 본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07 . 그래서 저는 이 책만큼은 '누구에게 추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테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고민해 볼 때도 있으니 이 책은 건축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세상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관계를 만드는 이야기임이 분명하거든요. 그러니 나와 상관없는 내용일 거라는 작은 오해를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만나보면 어떨까 싶네요. 어쩌면 건축가로서의 구마 겐고도, 작가로서의 구마 겐고도 참 괜찮게 느껴질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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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9일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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