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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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젝트 썸원 사무실에서 뉴즈의 1년을 호로록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이 끝난 후, 자리에 계셨던 분과 같은 방향으로 퇴근했다. 2. 엑싯 경험이 있는 창업 선배님이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겉으로라도 당당하라고 하지만, 솔직히 저는 너무 자신이 없어요. 어떤 결정이든지 말이에요.' 그러자 그 분은 이렇게 말했다. "창업 멤버는 마치 부모와 같아요. 법인은 결국 인격이니까 멤버들이 낳아 기른 자식 같은 것이지. 지금은 겨우 기어다니는 나이니까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일일이 다 해야 하겠지만 1살, 2살, 4살이 되면 또 다를 겁니다. 그렇게 자식이 크는 것에 맞춰서 창업자도 성장해야 하는 게 어렵지요" 3. 이 말을 듣고 나니 머리가 띵- 했다. 나는 미래를 보며 최악을 대비하는 성격이다. 대책 없이 사는 것치곤 어린 꼬리를 열심히 좌우로 흔들면서 물길을 찾아 나아간다. 언제 잡아먹힐지 걱정하고, 아무리 애써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으리라고 자조하면서 다만, 포기하지 않는다. 반경을 넓히지 않는 이유도 최소한 내 영역에 있는 것들에 책임을 지고 싶어서다. 4. 사업이 자식을 기르는 일이라고 누구라도 일러줬다면 나는 깔끔히 물러났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아니다'일 듯싶다. 신림역에서 내가 먼저 내리기 전에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꾸 자기를 닮은 무언가 남기려고 해요. 자식을 낳는 것도 마찬가지죠. 회사는 생물학적으로 자식은 아니지만 창업자의 철학, 관점이 깃들어 있어요. 이보다 매력적인 '유전'도 드물 겁니다" 5. "이런 까닭에 경영이야말로 자신을 세상에 남기고 떠나는 멋진 업"이라는 조언으로 대화는 마무리됐다. 알찬 퇴근길이었다.
2020년 11월 7일 오전 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