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학] ⑩난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
Naver
<선동렬의 통렬한 반성> 1. 야구 룰은 100년 넘게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투구의 본질, 타격의 기본도 마찬가지다. 2. 그러나 야구를 보는 시각과 방법은 몇 년 사이 급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용어와 데이터를 하나 배우면,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몇 개는 더 나왔다. 3. 지난 1년 동안 내 공부의 목적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최신 야구의 트렌드였다. 4. (사실) 1990년대에도 ‘데이터 야구’라는 개념이 있었다. 2000년대에는 야구를 통계학으로 설명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일반화했다. 5. (그런데) 2015년 MLB에 등장한 '스탯캐스트'는 몇 년 만에 정말 많은 걸 바꾸었다. 6. 초고속 카메라와 레이더 추적 기술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없는 걸 보게 해줬다. 초당 882프레임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투수의 공을 분석할 수 있다. 스피드뿐 아니라 회전수와 회전축, 이에 따른 무브먼트까지 다 나온다. 타구도 마찬가지다. 7. 야구는 변하지 않았지만, 야구를 보는 방법이 달라졌다. 아니, 세밀해졌다. 정확해졌다. 8. 젊은 선수들은 이미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과 소통하려면 코치나 감독도 스탯캐스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9. (내가 코치와 감독을 하던 시절에) 선수들의 눈높이로, 최신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을 충분히 납득시켰느냐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다. 10. 집에서 귀한 아들로 자랐을 요즘 선수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똑똑하다. 정보를 접하고 해석하는 것에 익숙하고, 직관보다 데이터를 신뢰한다. 11. 무엇보다 믿어주고 도와주면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낸다. 12. 선수들은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다. 이제 선배들이 바뀌어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13. 나는 야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야구를 포함해) 계속 야구 공부를 할 것이다. 다시는 선수들을 잘못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다.
2020년 11월 14일 오후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