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졌던 MS는 어떻게 혁신을 되찾았나(feat. 조직문화)[딥다이브]
동아일보
한때 위대했지만 쇠퇴에 빠진 기업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돈은 아주 잘 벌었지만, 느리고 관료적이고 안주했습니다. 혁신은 사라지고 인재는 떠나고 직원 사기는 바닥이고 주가는 추락했죠. 당장 망할 리는 없었지만 가라앉는 게 뻔히 보였습니다.
2014년의 마이크로소프트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스토리는 다들 아시죠? 2014년 2월 사티아 나델라 CEO가 새로 부임했고, MS는 다시 혁신의 기업으로 재탄생했고, 지난 10년 동안 주가는 1050% 뛰었습니다.
MS는 수년째 위기론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모바일 전환을 놓치면서 회사를 떠받쳐온 윈도우의 위상은 급격히 쪼그라들었죠(소비자 컴퓨팅 기기 운영체제 중 윈도우 점유율 2000년 93%→2012년 19%). 주요 인재는 탈출했고, 남은 자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발버둥치기 바빴죠.
그 시절 MS 조직문화는 악명 높았습니다. 프로그래머이자 만화가인 마누 코넷이 2011년 MS 조직도를 패러디해서 그린 그림이 유명하죠. 내부 운영그룹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남을 누르고 우리 팀 또는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와 내부경쟁이 만연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보다 사내정치에 능한 사람이 조직에선 잘 나갔죠. 6개월마다 돌아오는 성과평가에서 좋은 고과를 받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고요. 이에 질려서 인재는 떠났습니다.
그래서 나델라는 CEO 취임 첫해를 대부분 직원 의견 듣는 데 썼습니다. 익명으로, 개별로, 포커스 그룹을 통해 직원들 얘기를 듣고 무엇이 조직의 문제인지를 파악했죠.
2015년 7월 나델라는 새로운 회사의 사명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모든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과 함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실천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스탠퍼드대 캐롤 드웩 교수가 <마인드셋>에서 소개한 심리학 개념이 기업 경영에 접목된 순간인데요. 성장 마인드셋은 사람의 능력이 고정된 게 아니고,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단 믿음입니다. 나델라 CEO가 2015년 전 직원에 보낸 이메일을 인용하자면 이런 거죠.
“그것은 모든 사람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잠재력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배우고 끝없는 호기심을 가져야 합니다. 불확실성에 기대고,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며, 미스터리로 가는 길에 실패가 발생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열려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을 깎아내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세상은 변화와 발전이 끊이지 않죠. 계속 배우고 쫓아가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될지 모릅니다. 지금 아는 게 많은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앞으로 배울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죠. “뭐든 다 아는 체(know-it-alls)”하는 문화에서 “모든 걸을 다 배우는(learn-it-alls)” 문화로의 전환. 이것이 성장 마인드셋에 기반한 조직문화입니다.
이를 위해 MS는 직원을 점수대로 줄 세워 등급을 매기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 방식의 인사평가부터 없앱니다. 직원을 5개 단계로 나눠 평가하는 상대평가 시스템. 다들 익숙하시죠?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하려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텐데요. 이런 스택 랭킹은 MS의 성장엔 독이 됐습니다. 내부 경쟁과 사내정치를 부추기고 협력을 방해했기 때문이죠.
또 최고의 인재로 보이기 위해 직원들이 자신의 약점은 감추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피하게 만들었습니다. 괜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곤란하니까요. 새로운 걸 배우기보다는 다들 이미 잘하던 일만 계속하니 혁신이 싹틀 수 없습니다. 나델라는 자신의 저서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이렇게 회고합니다. “혁신은 관료주의로 대체됐습니다. 팀워크는 내부정치로 대체됐습니다. 우리는 뒤처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델라는 스택 랭킹과 연례 평가 시스템은 물론이고 성과 목표 자체를 폐지합니다. 지속적인 동료 피드백과 관리자의 코칭이 이를 대체했죠. 보너스를 얼마나 줄지 정하는 건 이제 평가시스템이 아닌 관리자 임무가 됐습니다. 결과보단 과정, 성취보단 도전에 높은 가치가 부여됩니다.
MS가 분기마다 실시하는 ‘Purse check(간략한 직원 설문조사)’엔 이런 문항이 포함됩니다. ‘당신은 다른 직원의 프로젝트나 성공을 어떤 식으로 활용했습니까?’ ‘당신은 성장 마인드셋을 어떻게 실천했습니까?’
여전히 성장형 사고방식이 뭔지 와닿지 않는다면 나델라의 이 답변을 참고하세요. 2018년 차이신 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이것이 중간고사이고 1~10점 척도라면, MS는 변화의 여정에서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항상 1점입니다. 그 질문에 9나 10점이라고 대답해선 안 돼요. 그러면 할 일이 더이상 없거든요. 그리고 중간에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뜻이죠. 항상 새로운 것의 시작에 있다고 말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항상 출발선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란 뜻이죠.
물론 조직원이 모두 이런 사고방식을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150명 임원을 모아 이렇게 쓴소리를 날립니다. “임원이 되면 징징거리는 일은 끝입니다. 이 회사의 리더가 되기 위한 당신의 일은 똥더미에서 장미 꽃잎을 찾는 겁니다.” 제약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걸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목표에 집중시키는 사람. 그게 바로 리더의 임무라고 나델라는 설명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마무리로 직장인을 위한 작은 테스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잔 애쉬포드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의 저서 <유연함의 힘>에서 인용했는데요. ‘내가 속한 조직은 학습 지향적인 조직일까?’를 알아보는 문항입니다. 6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 ‘그렇다’가 많을수록 그 조직은 성장 마인드셋과 동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1️⃣회사가 동료보다 특출한 재능이 있다고 여기는 소수의 스타 직원이 이룬 성취를 추켜세우고 칭송하는가?
2️⃣직원 채용의 주된 기준이 성장 잠재력이 아니라 지원자의 측정 가능한 인지적 능력인가? 또는 IT기술, 마케팅, 영업, 인적자원 관리, 리더십 등 다른 영역에 재능이 있는지가 주요 기준인가?
3️⃣회사가 표창장, 특별상여금 등 형태로 개인이나 부서를 포상할 때, 노력과 헌신이 아닌 정량적 성과를 주된 기준으로 삼는가?
4️⃣회사는 직원이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그 일로 교훈을 얻을 기회를 주는 대신 잘잘못을 따져 처벌하는 데 집중하는가?
5️⃣직원들은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자신의 프로젝트가 더 성공적으로 보이게 결과를 조작하고, 직무 성과가 돋보이도록 포장하느라 기를 쓰는가?
6️⃣직원이 한번 실패한 후 큰 성과를 달성해도, 앞선 실패가 반영된 업무 평가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가? 한 번의 실패가 지울 수 없는 낙인이라도 되는 듯 취급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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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30일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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