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노트 4] 내 보석 값은 내가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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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직장 생활은 똥 멍청이 같은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닌데 하는 괴리감 사이에서 늘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우리는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언어로 능력을 표출하고, 언어로 인정받는다. 내 안에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조화하고, 그것을 적절한 언어로 만들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포맷으로 표현하고, 그래서 상대방이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의사소통이다. 생각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표현되지 않으면, 의사가 설득되지 않으면, 그것은 그냥 내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생각 구름일 뿐이다. 그래서 영어는 늘 내 발목을 잡는 돌덩이 같았다. 미국 직장 생활 6년 차에 제대로 난국에 부딪친 적이 있다. 새로 이직한 직장에서 업무 인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인수자였던 그녀는 갑옷을 입고 따발총을 쏘아대는 저격수였다. 당최 쉼표 없이 말을 쏟아 내며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고, 그녀의 말빨은 심지어 일목요연하기까지 했다. 말을 쏟아 낸 후 그녀는 늘 만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듯했다. 내가 이해를 못 하고 질문이라도 할 참이면, 그녀는 어김없이 썩은 표정을 지었다. 난 나의 부족한 영어의 한계가 더욱 절망스러웠고, 그 자리에서 받아치지 못하고 지나고 나서야 되새김질을 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럴수록 생각은 더 엉켰고, 말은 더듬거렸고, 목소리는 작아졌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수업에 등록했다.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 중략 — 내가 가진 매력, 내가 그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충분히 내 것으로 즐길 때, 그때 비로소 내가 빛난다. 내가 아닌 것으로 감싸고 숨기고 치장하면 할수록, 진짜는 사라지고 가짜만 남는다. 사람들은 가짜를 금방 알아차린다. 내가 가진 보석이 빛을 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본인들이 가진 잣대로 절단하고 값을 매긴다. 내 보석 값은 내가 매긴다.
2020년 11월 25일 오전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