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내려왔습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들이 포항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3주짜리 캠프에 참여했는데, 내일 퇴소하는 날이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아내와 포항에 차를 운전해서 내려왔습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온라인 지도가 알려주는 거리는 327km, 자동차 주행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지 않지만, KTX 좌석 매진으로 포항을 오고 가는 거리를 서서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포항 여행을 한다는 마음과 옛 추억이 있는 포항을 밟아 본다는 의미로 운전을 해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큰 아버지가 살아계신 동안에 포항에 사셨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면 아버지는 가족을 이끌고 포항을 방문하였습니다. 가족이라 함은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저까지 이렇게 넷을 의미합니다.
항상 자동차를 끌고 운전을 해서 포항까지 내려갔는데, 오고 가는 길이 제법 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명절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도로 위에 차가 막히면 가장 불평을 했던 사람은 어머니였던 기억이 납니다. 외출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차를 타고 먼 거리를 가야 하는 것도 불만인데, 도로 정체로 차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제법 싫으셨을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명절마다 포항으로 가는 길에 잔뜩 언짢은 표정과 기분이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어제의 서울에서 포항까지 내려오는 도로 위 사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부 구간 정체가 있었지만 상시로 차가 많은 서울 사람으로 충분히 견딜만했습니다.
중간에 상주라는 곳에 들려 지역 특산물인 곶감을 먹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반건시, 말랭이, 약과, 식혜 등 달달한 간식이 운전의 피로를 약간 달래주었습니다.
약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포항의 죽도 시장입니다. 죽도 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 시장입니다. 대게, 회, 문어 등 다양한 수산물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와 아내는 평소에 먹기 힘든 대게와 회 세트로 저녁을 거하게 채웠습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시장을 구경하는데 북적북적 거리는 활기가 느껴져 재미있었습니다. 파닥거리는 신선한 물고기, 다리를 흔들거리며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대게와 홍게, 말로만 듣던 대왕 문어까지 신기하고 놀라운 풍경들로 가득했습니다.
시장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 추운 날씨에 장사를 하고 물건을 나르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고단할 법한데 모두 표정이 밝고 친절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뜻한 사무실에서 푹신한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책상 앞에 붙어있는 저와 아내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시장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겠죠?
전통 시장이라고 상상하면 매대에 상품을 늘어뜨려 놓고 종이박스를 찢어서 만든 가격표가 떠오릅니다. 부르는 것이 값이라 사장님과 흥정이 가능하고, 기분에 따라서 서비스로 붙는 덤이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입니다.
요즘 전통 시장 속 어떤 매장은 깔끔한 인테리어에 상품을 예쁘게 패키지 해서 브랜드를 붙인 곳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가게 이름보다 사장님 닉네임으로 호칭하는 것과 다른 브랜딩을 하는 곳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남다르게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반드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사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저에게 잘 없는 재능이라 더 멋지게 느껴집니다.
죽도 시장에서 예약한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걸었습니다. 지역 풍경을 관찰하며 사는 곳과 다른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이 여행이 저에게 주는 즐거움입니다.
같은 사람이 살지만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집을 짓고 다른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모양을 갖고 있지만 다르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창의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이나 친구들, 아님 혼자도 좋습니다. 멀지 않아도 가까운 곳을 방문하여 새로운 환경을 구경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꼭 이번 주말이 아니더라도 가끔 여행을 떠나는 것이 기분과 생각을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여행이 주는 유익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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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8일 오후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