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자부심 챙기면 애사심은 절로 나온다
서울경제
어제는 충청남도 서천에 있는 처갓집에서 남양주 별내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수단은 자동차였고, 운전은 제가 담당했습니다.
어제는 설 명절 연휴 중 설날 이브로 서울에서 시골로 향하는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명절 연휴 시작부터 일찍 시골로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귀경길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언제나 예상은 반은 맞고 나머지 반은 틀려야 제맛인가 봅니다. 우선 귀경길 도로 위에 차가 많지 않았던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도로 위에 차 대신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분명히 출발 전에는 싸라기눈이 내리고 날씨가 따뜻하여 눈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천안 즈음 지날 때 함박눈이 펄펄 내리며 길가에 소복소복 쌓였습니다.
쌓인 눈을 뽀드득 뽀드득 즈려 밟고 달리는 자동차는 달린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엉금엉금 기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토끼와 달리기 시합에서 신나게 달리고 싶었던 거북이 마음도 어제 저와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사자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 함부로 남을 보고 손가락질하면 안 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어제 귀경길 정체가 출발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갓집을 출발하여 첫 번째 고속도로까지 순탄하게 달렸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내비게이션 님이 더 빠른 길을 알려주겠다고 띵동 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무려 16분이나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유혹한 내비게이션 선생님을 저로선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명절 귀경길이었으며 내비게이션이 아니면 길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비게이션 신봉자가 되는 사람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합니다.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에 물어보는 판국에 모르는 길은 더욱 내비게이션에 있는 의존하게 됩니다.
내비게이션 선생님이 인도해 주시는 길을 따라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국도로 접어들었습니다. 신호등 빨간 불에 계속 걸리고 눈발이 굵어지며 차들이 줄을 서는 형국이 제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서 국도를 빠져나왔고, 생전 처음 타보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5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3시간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시간 내외로 소요되었던 거리를 빙빙 돌아서 2시간이 더 넘게 걸렸던 것입니다.
내비게이션 선생님이 더 빠른 국도로 경유하는 길을 따라가지 않고 계속 고속도로로 달렸다면, 어제처럼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가 달랐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비게이션 씨의 제안을 선택한 것을 후회합니다. 아니 원망합니다.
삶이 그렇습니다. 아니 인간이 그렇습니다. 자신이 선택해 놓고 옵션을 제안한 사람 또는 상황을 원망합니다. 결과가 좋았다면 행운이고 감사가 넘치지만 결과가 기대했던 수준이 아니라면 불운이고 원망이 분출합니다. 누가 저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선택하게 자유를 줬다고 원망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정보가 모두 정확하고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마치 정보를 따라 살기만 하면 누구나 다 행복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이 수학 문제와 같아서 공식을 따라 풀면 자연히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게도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에 대입할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처음 가보는 길은 두렵습니다.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걱정됩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최첨단이라고 하는 기계와 시스템도 부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신을 믿으세요.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신뢰합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고 따라 사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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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8일 오후 11:48
회사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애사심’이다. 애사심은 분명히 숭고한 가치이지만, 그렇다고 강제로 요구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먼저 회사에 자부심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자연스럽게 애사심도 고취될 수 있다.
... 더 보기당신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앞으로 한 발자국 걸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한 발자국만큼 ‘나아간’ 것인가? 그런데, 만약 당신이 가야 하는 곳이 당신의 등 뒤에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당신은 한 발자국만큼 ‘물러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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