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는 요리 실력을 갖췄지만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흑수저 셰프’ 80명과 실력과 명망을 모두 갖춘 ’백수저 셰프‘ 20명이 공정한 방법으로 요리 실력을 겨루는 게 주제다.


흑백 요리사의 인기 비결은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요리사들, 차별화된 각자의 서사, 명성을 배제한 실력 위주 평가 등으로 여겨진다. 참가자 100명 중에는 심사위원급인 유명 셰프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팀별로 이뤄지는 경쟁에서는 리더의 자질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줬다. 주방에서는 리더와 지시와 조율에 따라 요리 결과에 큰 차이가 생긴다. 한정된 시간에 대량의 요리를 준비할 상황이라면 누가 리더를 맡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방송에서 백수저 두 팀과 흑수저 두 팀은 고기 대결과 생선 대결로 나눠 각각 심사위원 100인분의 요리를 만들었다. 한정된 시간에 해내야 하는 100인분 요리. 심지어 결과에 따라 탈락이 결정된다. 즉, 짧은 시간 동안 승부를 걸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백수저 팀원들은 업계에서 대가로 인정받고 있기에 개성도 강하고 요리에 대한 고집도 뚜렷했다. 자기 신념이 명확하고 실력도 뛰어난 개인들을 한데 묶으려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이런 경우엔 리더가 확고한 목표를 제시하고 강하게 선도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흑백 팀전 승패는 리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갈렸다.


1️⃣리더 자질의 첫 번째는 ‘상황판단’이다.

생선 대결에서 백수저 팀 리더 최현석 셰프는 재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빠르게 판단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셰프 능력의 반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고, 주방에서 셰프보다 높은 것은 재료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후, 지체 없이 재료 확보부터 지시했다.


특히 자신이 구상한 요리에 가리비가 꼭 필요한데, 100인분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재빨리 파악했다. 그래서 요리 시작과 동시에 수족관으로 달려가 가리비를 모두 가져왔다.


이로 인해 흑수저 팀은 시작부터 당황했다. 요리의 방향을 논의하다 상대 팀이 먼저 움직이자 팀장은 재료부터 가지러 가려 했고, 이를 팀원들이 만류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확신 없는 고민과 흔들림은 치명적이다. 팀원들은 인터뷰에서 리더의 우왕좌왕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2️⃣리더의 두 번째 자질은 ‘설계’, 즉 비전이다.

최현석 셰프는 ‘가자미 미역국’이라는 음식을 먼저 제안했다. 사실 재료에 가자미는 없고 광어만 있었지만, 팀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리더를 신뢰했다. 리더가 머릿속에 설계도를 그린 후 강한 추진력으로 팀원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리더가 앞서 재료 확보에서 확신을 갖고 명확히 지시하면서 출발부터 우위를 점한 상황도 팀원들의 믿음을 키웠다. 반면, 탈락한 팀들을 보면 요리 재료와 조리법 등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요리가 시작됐다.


리더가 명확히 지시하지 않고 ‘팀원 모두 잘하는 요리사이니 그냥 잘되겠지'라고 막연한 기대만 품어서다. 하지만 요리를 만드는 내내 이곳저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왔고 결국 패배를 가져왔다.


이처럼 한정된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은 리더가 확실한 방향을 잡은 후 팀원들의 의견을 들으며 미세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의견만 취합하다 보면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3️⃣ 세 번째 리더의 자질은 ’역할분담‘이다.

승리한 팀들은 리더가 명확하게 업무를 나눴다. 팀원들의 주특기에 따라 재료 손질 단계, 시식 단계, 요리 단계,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접시에 담는 플레이팅 단계 각각에서 지시를 했다.


물론 짧은 시간에 완벽한 업무분장은 어렵고, 팀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리더의 지시는 확고하고 신속했다. 팀원들의 자세도 빛났다. 가리비 손질법을 놓고 에드워드 리 셰프가 의구심을 제기했을 때, 최현석 셰프는 “나를 믿어 달라” 했고 에드워드 리 셰프는 군말 없이 따랐다.


나중 인터뷰에서 에드워드 셰프는 “우리가 리더를 만들었다면 믿어야 한다. 리더가 고집스러울 때도 있지만 믿어야 한다”고 말해 감동을 줬다. 하지만 리더의 지시가 불명확했던 팀은 2~3명이 각자 지시를 내리다 시간이 허비되고 급기야 충돌하기까지 했다.


역할 분담이 잘 된 팀은 마지막 플레이팅 때 “마치 오래전부터 한 레스토랑에서 일한 듯하다”는 방송 내레이션이 나올 정도로 정돈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상대 팀은 시간을 낭비한 바람에 급하고 어수선하게 마무리됐다.


4️⃣네 번째 리더의 자질은 ‘조율과 융통성’이다.

고기 대결에서 흑수저 팀은 난관에 봉착했다. 육전 위에 올릴 고명이 애초 구상과 다르게 조리가 돼서다. 담당한 중식 셰프는 다시 재료를 손질할 팀원들을 의식해 난색을 표했지만, 리더가 나서서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재료 담당 팀원들이 흔쾌히 수용했다.


반면, 백수저 팀은 고기에 곁들일 감자 조리법을 놓고 의견 충돌이 발생했지만 리더가 빨리 수습하지 못해 갈등이 증폭됐다. 우여곡절 끝에 요리는 완성됐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중간 점검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때는 리더가 의견을 취합하고 빠르게 결단하는 게 중요하다. 개성 강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은 ‘설명이 아닌 설득의 영역’이다. 리더가 타당한 근거와 신뢰를 바탕으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승리한 리더들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동시에 명확한 말하기로 갈등을 조기에 해소했다. 1️⃣상황판단—2️⃣설계—3️⃣역할분담—4️⃣조율과 융통성. 이 4가지 리더의 자질은 모든 상황이나 조직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마이더스] '흑백 요리사' 속 리더의 자질 | 연합뉴스

연합뉴스

[마이더스] '흑백 요리사' 속 리더의 자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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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4일 오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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