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D That Actually Works
Brunch Story
사업아이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스타트업과 대기업 신사업/신제품 부서 대상 교육과 컨설팅을 하면서 B2C도 중요하지만 더 큰 산업이자 시장인 B2B에서 사업 성장 가능성을 찾아야만 한다고 누누히 이야기해왔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AI와 딥테크가 주요 키워드가 된 이후 이제는 더이상 B2B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접근 방식은 B2C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B2B를 B2C처럼 접근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에 사로잡혀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업모델을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구독 형태로 설계하는 일이다. 고객 가치가 명확하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행동패턴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문제해결책을 제공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지불의사를 넘어선다면 B2C 일반 고객 입장에서 SaaS 구독은 장애물이 아니다. B2B에서도 인터뷰나 리서치를 할 때는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조사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깊게 파지 않아서도 있고, B2B 고객 입장에서도 구구절절하게 이 부분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필요성도 못느끼기 때문이다.
B2B 산업과 시장에서 내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 B2B 고객에 맞는 접근법이 별도로 필요하다. 수많은 접근 방법과 고려 요소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 몇 개만 언급하면,
1. B2B 고객이 이 제품과 서비스를 왜 사야만 하는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하는만큼 왜 사지 않는지, 혹은 살 수 없는지, 사기 어려운지 구매 방해요소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보통 구매 방해 요소가 제품과 서비스 구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지 않는 이유를 해결해주는게 사야 하는 이유로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2. 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부서, 비용을 지급하는 부서, 사용과 지급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부서 등 기업 내부의 제품과 서비스 인식부터 구매까지의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한다. 논리적 설득의 과정과 비용에 따른 전결규정, 각 이해관계자의 직장인으로서 심리적 태도 등 변수가 많다.
3. 사업 운영 형태 즉, 기획부터 예산 확보, 실행까지의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흐름, 내부 의사결정과정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시간'의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해야만 한다. 일반적인 B2C 제품과 서비스와 달리 내놓고 활동하면서 점차 판매가 증가하는 큰 형태는 유사하지만, 그 기간이 최소한 3개월, 평균적으로는 1년~1년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 걸린다.
4. 고객이 사게 만드는 Key Buying Factor의 본질은 단 하나만 고르면 무조건 '신뢰성'이다. 기술, 시너지, 혜택 등등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강점을 떠오르는대로 무엇을 떠올리던 간에 그 바탕은 무조건 신뢰성이다. 믿음이 없으면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기업 대 기업의 일은 개인 대 개인의 일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신뢰가 필요하다.
5. 4P 중 프로모션 즉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B2C 기법들은 대부분 별 효과가 없다. 산업과 시장에서 B2B2C 성향을 가진 일부에만 적용가능하고 대부분은 조금 과장해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앞서 말한 신뢰성과 맥락을 함께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이나 모바일 보고 곧바로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 B2B 마케팅은 비유하자면 인형 눈알 붙이는 작업이자 VIP 영업활동이자 겉으론 멋지게 정장 입고 속은 땀에 쩔은 와이셔츠 입고 다니는 짠내나는 발품이다.
6. 대부분 B2B 고객은 혁신과 변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Maintenance (메인터넌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혁신과 변화에 대해 진심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조건이 지금 잘하고 있는 것, 잘되고 있는 것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혹은 업무흐름에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면서 혁신과 변화하기를 원한다. 역설적인 생각과 행동이지만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그들 입장에서 당연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면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도입 직후 단기적으로도 매출과 수익이 떨어지면 안된다고 하거나 기존에 외부에서 해주던 일이니 기존 비용 기준으로 이 역시 해줘야만 한다는 조건은 고객 입장에서 당연하고 흔한 요구사항이다.
이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일단 이 정도로.
현재 초기 단계 뿐 아니라 시리즈 C나 D 혹은 수십, 수백억원 투자 받은 국내 스타트업까지도 B2B 하겠다고 나섰지만 99.9% 시장 진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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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8일 오전 2:59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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