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자립의 실패다. 1. 선을 넘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부장이 필요하다. 언론 기반 뉴미디어를 만들라고 돈을 준다면, 난 언론사 피디와 기자는 한 명도 책임자 내지 기획자로 쓰지 않을 거다.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콘텐츠만 만들던 PD와 기자는 뉴미디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 사람들을 간부로 쓰는 행위는 실상 리스크가 아닌가.. 싶다. 위대한 감독이 곧 위대한 제작자는 아니다. 물론 그분들의 인맥이 초기에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이분들이 해왔던 일은 기사 작성 및 영상 제작에 국한되었다.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예산 관리, 비즈니스, 광고 영업 등이 매우 취약하다. 하다못해 브랜딩도. (야구는 안 보지만)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이 야구단을 개혁했듯, 뉴미디어 팀에선 기자가 아니라 예산 관리, 조직 구조, 비즈니스를 짜는 팀장이 필요하다. 이 사람들한테 나가는 비용 대비 매출이 나오는가. 아니라면 언제까지 그걸 버틸 수 있는가. 맨투맨 영업을 넘어서 구조 자체를 짤 수 있냐가 중요. 브랜딩이든 뭐든 결국 저 구조를 짜기 위한 발판이고, 발판과 목표 모두를 세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선을 넘는 팀장 내지 부장이 필요하다. 조나 페레티가 위대한 기자나 PD여서 전 세계 미디어 역사에 획을 그은 게 아니다. 그들은 대단한 비즈니스맨이지. 얼마 전에 돌아가신 마라도나께서도 위대한 선수였지, 감독이진 않았다. 2. 콘텐츠는 얼마나 중요한가? 그래, 좋은 제품은 돈이 된다. 그런데, 좋은 콘텐츠는 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콘텐츠가 돈이 되게끔 하려면, 돈이 되어주는 콘텐츠가 많이 필요하다. 돈은 누구에게서 벌까. 기업이다. 광고다. 사람들은 콘텐츠에 시간을 쏟지, 돈을 쏟지 않는다. 미디어 중에 D2C로 돈 버는 곳은 영화, 아프리카, 트위치 빼고 없다. 결국, 만들기 싫지만 돈 때문에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인생이란 비슷하네.. 여튼. 좋든싫든 이런 일을 겪으면서 크리에이터들이 겪는 정서 불안 내지 불만을 얼마나 잘 달래줄 수 있느냐도 중요. 더군다나 요즘 같은 세상에 ‘좋은 콘텐츠’는 너무나 다르게 정의내려진다. 대체되기도 쉽고. 콘텐츠 이외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BM을 찾아내야만 하는데… 이게 쉽지 않지. 결국 그 기업이 노리는, 필요한 콘텐츠가 딱 좋은 콘텐츠아닌가. '좋은 콘텐츠'를 '최고'가 아니라 '최적'으로 맞추면 이야기가 좀 편해진다. 브랜드 내지 브랜딩으로 먹고 살겠다? 좋지. 당연히 좋은 이야기고, 맞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거기까지 가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그 미디어 브랜드는 3달 후부터 만들되, 그 전까지 비용은 이렇게 벌자 등등. 크리에이터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 그리고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결정되면 따르고.. 머 등등. 3. 가오가 없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미디어 채널의 브랜딩은 중요하지만, 미디어 조직의 가오는 제로에 가까워야만 한다. 아니, 없어야 한다. 사람들이 뿌러지는 대나무에 대해 감탄하지만, 대나무 뿌러지면 주거요, 대나무 야캐요.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갈대가 되어 생존하는 게 맞지.

뉴미디어에는 스스로 선 넘는 놈이 필요하다

미디어오늘

뉴미디어에는 스스로 선 넘는 놈이 필요하다

2020년 11월 27일 오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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