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소울푸드 같은 책 한 권을 찾고 있을 때"
01 . 출판업계에 우스갯소리처럼 떠도는 말 중 하나는 '한 권짜리 분량의 원고를 재주껏 쪼개 두 권으로 출간해야 남는 게 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비해 신간의 수명이 턱없이 줄어들어 350페이지 짜리 책 한 권을 만드는 것보다 최대한 간지를 늘리고 여러 디자인 요소를 반영해 200페이지 책 두 권을 출간하는 게 낫다는 뜻이죠. 어차피 책의 흥행 여부 역시 두세 달 안에 결판이 나는 상황이니 차라리 빠르게 여러 권을 선보이는 쪽이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 게 지금의 출판 현실인 겁니다. 마치 20년 전 음반 업계가 정규 앨범에서 싱글 음원으로 서서히 모드를 전환하기 시작하던 그때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죠.
02 . 저 역시 책을 소비하는 사이클은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졌고, 한때는 익숙해지지 않아 늘 거리를 두었던 전자책과도 꽤 친해졌습니다. 덕분에 지하철 안에서 종이책을 읽은 기억도 이제는 제법 먼 예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틈만나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심지어 출간된 지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고 그 아류라고 할 만한 책도 수백 권 출시되었지만 늘 그때의 그 말맛을 찾게 만드는 책도 있거든요. 그리고 제겐 그런 책 중 하나가 바로 임경선 작가님의 ⟪태도에 관하여⟫입니다.
03 . 이 책은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기도 합니다. 2015년에 처음 출간되어 최근 새롭게 리뉴얼을 거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사랑받고 있는 책이거든요. 어쩌면 우리 사회에 '태도' 열풍(?) 불러일으킨 첫 주자일지도 모르고, 문장을 최대한 짧게 툭툭 내뱉듯이 쓰는 이른바 임경선 체를 유행시킨 장본인에도 해당할 테니 말이죠.
그러나 이런 말들로 표현하고 넘기기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메시지들이 결코 뻔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해서 참 적당한 깊이감을 갖추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죠. 쉬운 글이면서도 가볍지 않고, 쿨하지만 또 냉소적이지만은 않으며, 주위에서 충분히 만날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04 . 이 책을 몇 번 읽었을까 세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횟수만 세 번, 그 외 발췌독을 하거나 휴가지에서 조금씩 읽다 덮었다 반복한 것까지 합하면 족히 열 번은 넘게 책장을 열어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10년 전의 이야기들 중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지점에서 새로운 글들이 수정되고 추가되었더라고요. 그 차이를 발견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재미도 개인적으로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익숙하던 문장들을 다시금 신선하게 흡수할 수 있었고 한 편으로는 저 역시 업데이트할 생각이나 경험들은 없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죠.
05 . 저는 아마도 살면서 이 책을 몇 번은 더 읽지 않을까 싶어요. 읽어야 할 책은 차고 넘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유 없이 또다시 손이 가는 책들이 있거든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수도 없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소울 푸드처럼 가장 먼저 선택지에 오르는 그런 음식 같다면 조금 공감이 되실까요?
그러니 어쩌면 이 책은 이렇게 소개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에. 아직 순대국을 못 드셔 보셨다고요?'처럼 '아니 아직 ⟪태도에 관하여⟫를 읽어보지 않으셨다고요?'라고 말이죠. 뭐 읽어보고 나서 내 취향이 아니라고 거부하는 것이면 몰라도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다면 일단은 그 맛부터 알아야 할 테니까요. 언제 읽어도 좋으니 일단 이 책 한 권쯤은 내 곁에 두는 것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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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4일 오후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