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실속형 캐주얼 의류로 고속성장을 일궈온 글로벌 패션업체의 김 사장. 그는 대학 졸업 후 부친이 운영하던 작은 양복점을 물려받아 10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의류 브랜드로 키워냈다.


30년이 흘렀지만 회사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최근 그는 새로운 변화를 선언했다. 제품 기획에서 디자인, 생산을 거쳐 매장 진열까지 6개월~1년 걸리던 주기를 2주로 단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업무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수요 조사, 디자인, 개발, 기획, 마케팅, 생산, 판매영업 등의 각 부서 인력들을 모두 한 층에 모아서 빠른 협업이 이뤄지도록 했다. 변화의 강조점은 과거에 효율성을 중시하며 형성된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그동안 위에서 시키는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세계 패스트패션 톱3 유니클로 이야기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2017년 거대한 실험을 강행했다. 초대형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본사 인력 1,000여 명을 한 층에 집결했다. 기존에는 7개 층에 나뉘어 일하던 인력들이다. 유니클로의 매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영업이익률이 급락하자 야나이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


많은 리더가 야나이 회장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 회사가 정체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면 리더는 조직문화를 쇄신하려는 노력을 가한다. 조직문화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원칙과 기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 구성원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의 준거가 되는 것, 바로 핵심 가치(Core Value)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핵심 가치, 그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실천이다. 애플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스티브 잡스는 핵심 가치를 회사 홈페이지에 내거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혼으로 살아 숨쉬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조직 내 관리자 없애기, 홀라크라시(holacracy)를 실험하고 성공시킨 온라인쇼핑몰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도 “핵심 가치의 내용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들이 전체 조직에 내재되도록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나름의 원칙이 있다. 나영석 PD가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성공 원칙은 이렇다. 1️⃣남에게 폐를 끼치고 산다. 2️⃣누구 덕분에 잘되면 다음에도 같이 간다. 3️⃣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남에게 폐를 끼친다는 건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성공한다는 의미이다. 누구 덕분에 잘되면 다음에도 같이 간다는 건 소위 ‘빼 먹을 만큼 빼 먹었으니 출연진 갈고 가자’는 절대 안 한다는 그만의 철칙이다.


마지막으로 남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혼자 따라잡기는 쉽지 않으므로 같이 일하는 팀원들의 의견을 종합한다는 의미다. 이 3가지 원칙을 곰곰이 따져보면 그의 강점과 약점이 나온다.


그는 사람들과 허물없는 관계 맺기를 잘하고 군림하지 않는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강점이 있는 반면, 트렌드 캐치에는 약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원칙을 통해 변화무쌍한 예능계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는 핵심 가치는 조직의 성공에 필요한 원칙으로, ✅강점 강화와 ✅약점 보완이라는 2가지 접근이 다 필요하다.


조직심리학의 대가 애드가 샤인(Edgar Schein)에 따르면, 조직의 핵심 가치는 구성원들의 신념 체계가 반영된 것으로 창업부터 현재까지 지속되는 성공 유전자를 ‘발견’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조직의 존재 이유인 미션(Mission)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필요하다면 우리 조직에 없는 열망가치를 ‘발명’할 수도 있다. 유니클로 사례다. 기존 위계 중심 문화로는 지속 성장이 힘들다는 판단하에 창의성과 유연성, 자율성이라는 열망가치를 조직 변화를 위한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조직이 추구하는 미래인 비전(Vision)을 달성하기 위해 약점을 보완한 셈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일부 리더들은 뭔가 핫해 보이거나 근시안적으로 키워드를 정해 일방적으로 내세운다. 이러면 일선에서는 괴리감을 느끼고 세뇌교육을 받는 듯한 불쾌함을 갖는다. ‘저러다 말겠지’하는 냉소도 나온다.


자동차 부품업체 D사를 보자. 이 회사는 창의, 열정, 협동을 핵심 가치로 삼았는데 여기서 ‘창의’가 논란이 됐다. 부품업체는 고객사가 요구한 스펙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납품하는 일이 주업인데 창의를 어떻게 발휘하느냐는 우려였다.


흔히 창의라고 하면 천재들의 영역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영역에서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부품 생산업은 정해진 스펙에 제한을 받기는 하지만, 제한된 조건에서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D사는 ’우리의 창의는 지속적인 업무 개선을 통해 효율을 최대로 높이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고, 구성원들의 오해를 풀었으며, 핵심 가치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핵심 가치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헷갈린다’ ‘핵심 가치가 내 일과 맞지 않는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면 핵심 가치의 의미가 정확히 인식되고 있는지 챙겨봐야 한다. 가치라고 하는 것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의미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리더들은 마음이 조급하다. 시장이, 경쟁자가, 고객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재무 성과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라면 조급함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스타벅스가 실적 부진에 빠졌을 때 경영 일선에 컴백해 회사를 살려낸 하워드 슐츠 회장. 그가 당시를 회상하며 “어려울 때 핵심 가치에 집중해 조직문화를 다시 세웠다”고 한 이야기를 리더들이 진지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DBR] 어려울수록 구조조정? ‘No’ 핵심 가치 내재화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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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어려울수록 구조조정? ‘No’ 핵심 가치 내재화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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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3일 오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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