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미국 음악업계의 빅이슈는 밥 딜런이 소유한 600여 곡의 카탈로그를 판매한 것이었다. 누가 샀냐고? 유니버설뮤직그룹. A. 계약 내용은 비공개. 그러나 수천억 원대의 가격이 붙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음악 스트리밍 산업이 정착하면서 판권의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과거엔 노래 한 곡이 1년 간 벌어들이는 로열티의 8~13배가 기준점이었다면, 최근에는 10~18배라는 것. B. 얼마 전 스티비 닉스는 자신의 노래를 1억 달러(한화 약 1천100억 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밥 딜런은 1962년 데뷔 앨범 이후 39장의 스튜디오 정규 앨범을 냈고, 전 세계적으로 1억2500만장 이상 판매했다. * 여기까지가 기사 내용, 이제부턴 기사에 없는 내용. 1. 밥 딜런은 왜 팔았을까? 밥 딜런, 스티비 닉스 같은 거물 아티스트들의 주 수입원은 사실 공연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음. 이들은 어쨌든 계속해서 투어를 돌고, 그 투어를 통해 티켓 및 광고 수익을 낸다. 그외의 부가 수익은 주로 싱크 Sync권리(Syncronization Right=광고 및 드라마/영화의 음원 사용료. 그러나 밥 딜런은 광고 사용을 거의 허락하지 않으므로 음반 및 굿즈 판매가 더 컸을 듯).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공연이 봉쇄되고 그 이유로 생계 및 관련업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이유가 중요한 요인일 듯. 2. 그러면 유니버설뮤직그룹(UMG)은 왜 이렇게 거금을 들여서 음악의 권리를 샀을까? UMG가 판권 구매에 이렇게 거금을 들인 이유는, 조금 더 복잡한데 크게 2개 이슈를 꼽고 있다. - 하나는 2022년 IPO로 유니버설이 비방디 그룹에서 분사되리라는 예상 때문. UMG는 명실공히 음악 유통업계 세계 1위의 기업이고 핵심 주주는 비방디그룹과 텐센트. 문제는 음악 산업의 헤게모니가 글로벌 유통보다는 사용권으로 이동한다는 것인데, 유니버설의 입장에서는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도 자사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걸 증명해야 함. - 두번째 이유와도 연결되는데, 음악가가 아니라 레이블/유통사의 경우 수익은 신곡의 유통이 아니라 기존 노래들의 카탈로그로 이동했음. 얼마나 많은 음악을 갖고 있느냐가 매출과 수익을 확보해주는 상황. 이렇게 음악의 권리 사업 분야는 이제 막 높은 가능성을 증명하는 분야고, 여기서 주도권은 오히려 신생 기업들이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게 힙그노시스 송 펀드, 그 다음으로는 프라이머리 웨이브. 이런 신생회사들이 UMG, 소니/ATV, 워너뮤직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쎈 곳이 힙그노시스 송 펀드. 얘네는 최고 히트곡 2천 곡 정도의 권리를 확보했다.) 3. 문제는 결국 IP 비즈니스. - 밥 딜런 얘기로 돌아오면, 원래 밥 딜런의 음악권리는 밥 딜런의 법인과 소니/ATV에서 나눠서 관리했는데, 소니는 미국 밖 시장에 대한 권리를 담당했다. UMG가 구입한 건 밥 딜런이 직접 관리하던 미국내 판권. 해외 시장은 여전히 소니가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함. 소니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협상하겠지만, UMG가 확보할 가능성이 높음. - 소니/ATV는 세계 최대의 싱크 권리를 가진 회사. 대주주는 마이클잭슨 재단. (이 얘기도 엄청 재밌지만 암튼.) - 보통 IP 비즈니스라고 하면 캐릭터, MD 등을 생각하는데 사실상 음악의 IP는 결국 음악의 사용권이다. 해외에서는 싱크, 한국에서는 저작인접권. 그냥 음악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벌어들이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음악의 권리를 확보하고, 그 권리를 계속 돌리면서 수익구조를 넓히는 것이 핵심. 다만 이렇게 되면 음악의 생명력 자체가 짧아질 가능성이 높음. - 이런 구조조정이 발생한 건 그야말로 인터넷, 스트리밍 환경 때문. 특히 유튜브, 스포티파이, QQ뮤직 등 엄청난 사용자 규모를 가진 곳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 -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어려운 비즈니스가 되었고, 음악가들의 생계가 서비스 업체에 달려 있다는 게 중요한 이슈. 이 부분에 대해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 - 어쨌든, 시장의 헤게모니가 음원의 유통에서 권리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음악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가 바뀌는 중이라고 볼 수 있음. 다시 말해 밥 딜런 이슈는 레거시 미디어와 뉴 미디어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얘기.

'노벨상' 받은 밥 딜런, 600여곡 판권 판매... 비틀즈와 가치 맞먹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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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은 밥 딜런, 600여곡 판권 판매... 비틀즈와 가치 맞먹을 듯

2020년 12월 10일 오전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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