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꿔버린 웹의 질서, Cloudflare가 던진 균형의 해법

최근 몇 년 사이, AI 모델 학습을 위한 대규모 웹 스크래핑이 보편화되면서 인터넷의 오랜 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웹에는 창작자와 사용자 간에 암묵적인 상생 체계가 존재했습니다. 창작자는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트래픽과 인용이라는 형태의 보상을 받았고, 사용자는 타인의 콘텐츠를 사용할 때 출처를 남기며 인정과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단순한 예의 차원을 넘어, 웹의 성장 동력이자 지식 공유의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MIT나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가 출처 표시(attribution)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 시스템들은 방대한 양의 웹 콘텐츠를 수집해 학습 데이터로 사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창작자를 직접 방문하는 트래픽은 현저히 줄었고, 콘텐츠는 원작자의 이름 없이 재가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작자가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AI로 몇 초만에 생성된 응답과 경쟁하고, 원작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죠.

저도 오랫동안 개인 블로그를 써온 사람으로써 완전히 남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시작하기 꺼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지 AI 학습을 돕기 위해서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창작물을 공개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오랫동안 웹을 지탱했던 지식 공유의 선순환 고리가 끊길 수 있습니다. 창작자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나눌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창작 동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창작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 AI 학습을 막기 위해 콘텐츠 접근을 완전히 차단할 것인가,
- 줄어든 트래픽 유입과불완전한 출처 표시를 감수할 것인가.

하지만 이 두 선택지 모두 공정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콘텐츠가 전면 차단된다면, 혁신의 원천이었던 오픈 웹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제어 장치 없이 데이터가 수집되도록 방치한다면 자본과 데이터를 가진 소수의 거대 AI 기업만이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웹의 핵심 가치인 개방성과 연결성이 무너진다면, AI 생태계 역시 빈약한 토양 위에서 자라게 될 것입니다.

Cloudflare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콘텐츠 신호 정책(Content Signals Policy)를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창작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누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제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전통적인 크롤링의 허용이나 차단을 넘어서, 수집된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술적인 제안입니다.

👉 관련 공식 블로그: https://blog.cloudflare.com/content-signals-policy/

AI가 인간의 지식을 학습할 수 있으려면, 그 지식을 만든 사람들도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오픈웹의 정신을 지켜내려는 Cloudflare의 시도를 지지합니다. 웹이 다시 자유롭게 창작물을 나눌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Giving users choice with Cloudflare’s new Content Signals Policy

The Cloudflare Blog

Giving users choice with Cloudflare’s new Content Signals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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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2일 오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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