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가 안 팔리면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라"...펜더의 변신
Naver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파세요! 그러면 새로운 고객이 생깁니다. 악기계의 펠로톤이 되고 있는 펜더 ㄷㄷ> 1. "일렉트릭 기타는 은밀하고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일렉트릭기타 판매량 급감을 두고 이렇게 보도했다. 2. 수십년 전에는, 에릭 클랩턴, 제프 벡,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와 같이 공연장을 누비는 기타리스트는 사람들의 우상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기타리스트와 기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3. 실제로 그랬다. (지금의) 아이들은 팝스타와 랩스타에 열광했고,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었던 기타와 로큰롤의 시대는 저물고 있었다. 4. 미국의 일렉트릭 기타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연간 150만 대에서 100만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펜더와 함께 기타 시장의 양대 산맥을 구축했던 깁슨은 2018년 파산신청까지 갔다. 영국 가디언은 당시 이를 ‘기타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다. 5. 여기에 코로나19는 불을 지폈다. 지난 3월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기타 명가 펜더의 경우 전 세계 판매점의 90%가 문을 닫았다. 앤디 무니 펜더 최고경영자(CEO)는 "심연의 가장자리를 넘나들었고, 회사는 제자리를 지키기 위한 모드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와 약 2000명의 직원은 최대 50%의 임금을 삭감했다. 6. (하지만 역설적으로 디지털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펜더의 운명을 뒤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펜더는 7억달러(약 7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년(6억달러)보다 1억 달러나 증가한 수치다. 7. 펜더가 기사회생한 데에는 2017년 7월 처음 선보였던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 ‘펜더 플레이’의 영향이 컸다. 펜더 플레이는 일종의 구독형 기타 레슨 서비스로, 한 달에 9.99달러를 내면 세계 최고의 음악가들에게 기타와 베이스, 우쿨렐레 등의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을뿐더러 시간이나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악기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악기계의 펠로톤?) 8. 펜더는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했던 올해 3월 말에 펜더 플레이 신규 가입자 10만 명에게 기타·베이스·우쿨렐레 학습 동영상을 90일간 무료로 제공했다. 무니는 "순수하게 호의적인 행위였다"라고 표현했지만, 펜더는 첫 주에만 5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고, 6월까지 93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고객에게 무료 보완재 제공) 9. 놀라운 건 (이때) 신규 가입자의 20%는 24세 미만이었고, 70%는 45세 미만이었다는 점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더는 기타를 잡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10. 무니는 "펜더 플레이는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를 탄생시켰다"며 "이들의 대부분은 1946년 설립된 전설적인 기타 브랜드 펜더를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4일 오전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