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배신하지 않는다> 게을러졌다는 것은 정기적인 것들만 하고 비정기적인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정기적인 것들도 미리미리 하기보다는 마감일이 닥쳐야 했다. 물론 마감일을 어기진 않았지만 나의 게으름이 결과물에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게을러지거나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하면 결과물에 흔적이 남는다. 그리고 똑똑한 보스라면 그걸 금방 알아챈다. 보고서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내용만 들어 있고 발품을 팔아야 하거나 고민을 해야 나오는 내용들은 쏙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당당해야 한다. 프로의식을 갖고 누구 앞에서라도 본인 업무와 영역에 관해서는 최고인 양 행동해도 좋다. 실력과 결과가 뒷받침된다면 많은 사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일 앞에서는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다. 일 앞에서 겸손하고 사람 앞에서 당당하자. 일 앞에서 겸손하자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 앞에서 당당하더라도 돌아서서는 언제든지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차분하게 계획한 대로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선 들뜬 마음을 내비쳤더라도 일 앞에선 자신이 자신을 감독하는 자세로 철저하게 일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어한다. ‘너 정말 게으르구나!’라는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창피한가? 다행히 어른이 된 이후로 부모님을 제외하면 직설적으로 자신에게 게으르다 말하는 이들은 없다. 대신 본인이 느낀다. ‘내가 요즘 많이 게을러졌구나!’ 아니면 게으른 자신으로 한바탕 큰일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하기도 한다. 이때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시기다. 게으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부지런함일 수도, 아니면 노력이나 열정일 수도 있다. 사실 반대말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부지런함, 노력, 열정은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 하지만 게으름은 그렇지 않다. 녹슨 기계처럼 우리가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다. 평소 일에 대해서 겸손하고, 게으름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해 성장의 계기로 삼고, 다양한 툴을 사용해서 게으름의 배신을 피해 보면 어떨까.

노력은 배신해도, 게으름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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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0일 오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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