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역할과 리더의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입니다.
기자로 일할 때 공무원들이 어떻게 장차관을 길들이는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부처에 장관이 새롭게 임명됩니다. 그럼 그 장관은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사안부터 해결하고 싶겠죠. 담당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하겠죠. 담당자의 캐비닛에는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자료들이 쌓여 있습니다. 처음에는 장관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연구자료를 선택하겠죠. 보고를 합니다. 장관은 그 자료를 보고 만족을 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장관의 정책은 담당자가 전해준 자료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말만 하면 즉각 즉각 책상에 올라오는 보고서와 자료들, 어느 순간부터 장관은 담당자의 자료에 의지를 하게 됩니다. 부처 장차관이 관료들을 이끄는 게 아니라 관료들이 장차관을 이끌어가는 형국이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없애려면 장관의 수준과 시각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이슈와 관련된 정보를 다양하게 받아보고 장관이 이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료 사회가 제공하는 시각만을 가지고 장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무원 사회를 오랫동안 취재했던 선배는 "관료 사회를 무시하면 안 된다. 그들은 어느 누구 못지않은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있고, 입맛에 맞는 자료와 정보만 윗사람에게 제공할 힘이 있다"고 저에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 공무원 사회를 단편적으로만 평가하지 않기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퀄컴이라는 글로벌 기업과 법적 논쟁을 거쳐 1조311억원이라는 과장금을 매긴 공정위원회 공무원들이 화재입니다. 보통의 공무원이라면 이런 법정 다툼을 일으키려고 하지도 않고, 법정 다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은 공정위의 분위기가 꽉 막혀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공정위원장과 공무원 사이에 믿음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 사회는 리더와 리더십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 책임을 회피하는 공무원 등의 문제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무원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에서 잘 이끌어주는 리더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