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로 한 것 같은 디자인》 2018년 발 | 커리어리

《PPT로 한 것 같은 디자인》 2018년 발매된 『역사의 역사』는 저자 유시민이 4년여 만에 선보이는 역사 관련 신간으로 출간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책이다. 그즈음 저자가 출연하고 있었던 TV 예능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저자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책의 인기와는 별개로 내가 이 책을 기억하는 것은 표지 디자인에 대한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출판계나 디자인계와 아무 관련 없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표지 디자인에 대해 성토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고 이게 정말 최종 표지가 맞냐며 출판사로 문의 전화가 올 정도였다. “디자인 PPT로 한 거 아냐?” [ 큐레이터의 문장 🎒 ] 1. ‘PPT 디자인’의 본산은 북 디자인이 아니라 케이팝 관련 상품 디자인이다.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가 그에 걸맞은 외피를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소비자는 그 디자인 결과물에 ‘PPT 디자인’이라는 라벨을 붙인다. 2. ‘PPT 디자인’은 디자인 요소들을 거침없이 다룬다. 한 요소가 인접한 요소와 시각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배치한다든가, 지금 이 글자가 밑에 깔린 요소에 간섭받아 잘 보이지 않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지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원근법적 깊이감은 ‘PPT 디자인’의 적이다. 핵심은 ‘자연스러움을 모방하지 않음’ 그 자체가 아니라 철저한 인공미에의 추구다. 때로는 자연스러움을 모방하는 것을 다시 과장되게 모방함으로써 ‘PPT 디자인’을 만들 수도 있다. 3. ‘PPT 디자인’은 프로그램이 미리 마련해둔 기본 설정을 사랑한다. 새 문서를 열면 팔레트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색상들과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서체들은 ‘PPT 디자인’의 좋은 친구다. 이러한 재료들을 잘 사용하면 애쓰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무심하게 제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4. ‘PPT 디자인’은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서 만든 디자인은 말 그대로 PPT로 한 디자인이지 PPT로 ‘한 것 같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 디자이너가 없어서 지금 상황이 이 지경이라며 부러 조악하게 만든 디자이너 구인광고나 지방자치단체의 웹 홍보 이미지들이 대표적이다. 그것들은 마치 본인의 개그가 너무나 재미있어 농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웃어버리는 코미디언과 같다. 5. ‘PPT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디자인 요소나 효과도 적고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모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단순한 이미지에는 투입된 디자인 노동량을 즉각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단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 상품은 과연 내가 지불한 금액만큼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일까?

[2021년 5월호] 'PPT로 한 것 같은 디자인'에 대한 단상

Naver

2021년 6월 14일 오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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