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한국판 초대 편집장 이충걸, 시력의 절반은 잃어도 '책 쓰는 베토벤'의 삶은 계속된다
Naver
<이충걸의 글쓰기> 1.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조건이 있다. 독창성, 문법, 지식. 추가하자면 위트” 2. “미문이 유려하게 펼쳐지는데도 문법을 잘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더라. 나도 ‘화려하네, 복잡하네’ 얘기 많이 들었지만, 문법에서 어긋나면 어떤 훌륭한 글도 나에게는 감흥이 없다” 3. “커피 맛을 알기 위해 굳이 한 잔을 다 마셔야하나. 한 숟가락 딱 뜨면 알지. 글 또한 마찬가지다. 엽서 사이즈가 작다고 해서 문법이, 독창성이, 지식이 없는 게 아니잖아. 거기에 인품이 받쳐주면 (누구나 잡지 에디터로) 일할 수 있다” 4. “(편집장으로 일할 당시) 보통 3회 정도 에디터의 원고를 봤다, 아쉬움이 있는 에디터의 글은 4번 보기도 했다. 내 기대와 다를 땐 한 교정지 안에 100개를 수정하기도 했는데, 그렇더라도 모든 곳마다 이것을 왜 고쳤는지를 설명했다” 5. ”고수인양 화두만 던질 수 없었다. 놀랍게도 그 트레이닝을 할수록 개선되더라. 나중에는 손 안 볼 정도로 탁월하게 진화한 에디터들이 많다. 단지 나는 자신 없어 하는 에디터가 굴러가고 싶어할 때 밀어줬다. 글 쓰는 기술 혹은 재능은 신이 주는 거 같다. 그런 생각을 자주한다.” 6. “최근 독서모임(트레바리)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인상적인 책을 말한다면,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 그런 책은 그 책 한권만 쓰고 죽었다 하더라도 불후라는 훈장을 달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내가 기질적으로 사고체계가 구조적이 아니라 그렇게 쓸 수 없을 거 같고” 7. “(현재 트레바리가)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GQ’를 할 때는 렌즈를 겹쳐 쓰고 했지만 그건 생업이니까 그랬던 거고. 그 외 활동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트레바리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지 않나. 그건 나를 위한, 정말 이기적인 동기였다” 8. “(그런데) 트레바리에서 너무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굉장히 비범한 여성들. 텍스트를 해체한 다음 내면화시켜 자신의 스토리로 만드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 남자들은 책 안 읽지 않나. 나는 여자들이 남자를 목줄에 채워 사육할 날이 올 것 같다. (그런 날이 와도) 책을 읽지 않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
2020년 2월 10일 오전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