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미 공언했지만, 또 모르는 일이죠)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개봉했습니다.
극장에서 관람하면서 이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007 시리즈는 냉전시대 마초 스파이물입니다.
1) 냉전 2) 마초
예전 숀 코너리 시대를 보면 단순한 플랏을 볼 수 있죠.
그러다가 피어스 브로스넌이 분하기 시작한 90년 대에는 탈냉전으로 가지만,
여전히 분명한 선악 구도를 지키며 엔터테인먼트에 더 충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2000년 대 들어 더 이상 탈냉전도 어려워지자,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시스템간의 충돌,
기존 시스템의 단점과 어두움을 짚어내는 쪽으로 이야기가 변화하죠.
다니엘 크레이그는 딱 이런 성격의 제임스 본드에 적합한 어두운 캐릭터를 잘 구현해냈습니다.
비단, 제임스 본드 뿐 아니라, 다른 주/조연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스카이폴, 스펙터 등 최근 작품을 보면
제임스 본드는 상처받고 충동적이며 이기적이고 분열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주디 덴치의 M이나 랄프 파인즈의 M도 과거 실수와 잘못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입체적 인물로 등장합니다.
스카이폴의 실바(하비에르 바르뎀), 스펙터의 오버하우서(크리스토퍼 왈츠)은 이런 결과로 태어난 괴물이죠
이번 편은 그동안의 연장선에서 무엇인가 매듭짓기 위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전 편, 특히 스펙터를 복습하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또는 억지로 정리하는 느낌도,
설명해야 할 것은 넘어가고 아닌 것은 너무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늘어지는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가슴 아련한 마지막을 만드는 것에는 성공한 듯 합니다.
다만, 래미 말렉은 그간 악역들이 보여왔던 싸이키한 공포나 음산함이 좀 덜한게 아쉽네요
이번 작품을 보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종언이 아니라,
007시리즈가 표방한 남성 중심 세계관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단서도 보입니다.
흑인 여성 007이 상상할 수 없던 시대가 아닌 것이죠.
다른 첩보물인 MI 시리즈나 본 시리즈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한 시대가 또 지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