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일기_211030 오늘은 오랜만에 퍼블리에서 함께 일했던 인턴분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기록해 두고 싶은 부분이 생겨 글을 써 봅니다. 저번에 글을 남긴 이후로, 제가 속해 있는 창업 팀에도 나름의(?) 진전이 있었어요. 제품 출시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고, 때문에 곧 데이터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스프링캠프에 계신 분들과 투자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눠 보았고... 동시에 아이템과 관련 있는 주제의 논문을 쓰느라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저희 제품이 가진 핵심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구요. 아무튼 할 게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보니 그동안은 정말 태스크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어떤 태스크를 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처리하고, 다음 태스크를 진행하고 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일을 진행해 왔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나름의 due도 정하고, 체계도 잡아보려 노력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냥 눈 뜨면 나와서 해야 할 것들을 하고, 그러다 들어가서 자고, 다시 나오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due를 정해봤자 어차피 다른 곳에서 일이 팡팡 터져서 정해둔 기한을 못지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ㅎㅎㅠㅠ 그러다 문득 내가 이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뜨면 나오고, 졸리면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일들의 기한을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중간중간 딴짓을 하게 되더라구요. 운동하랴, 친구도 만나랴, 사업 이야기도 하랴, 개인적인 다른 일들도 처리하랴... 다른 일들이 자꾸만 치고 올라오니까 딱히 놀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속도가 나지도 않는 요상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난 분명히 일을 많이 했는데, 돌아보니 해둔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알 수 없는 상황에 현타를 한참 느끼던 요즘이었어요. 그러다 오늘 옛 동료분들을 만나서 워킹아워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한 분이 그러셨어요. 성과가 중요한 건 맞지만, 그 일에 집중하는 시간 자체도 중요하다. 일단 시간을 부어야 성과가 나는 거다. 솔직히 진짜 당연한 말인데, 그냥 와~~~ 정신없다~~~~ 는 핑계 하에 전 아무렇게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집중해야 하는 지금 이 팀 말고도, 돈을 벌기 위해 다른 팀의 일을 병행하다 보니 더 아무렇게나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팀의 일이 바쁘면 우리 팀의 일은 그냥 미루고, 그러니까 자꾸 병목이 생기고, 루즈해지고... 그래서 결론을 내려 봤는데, '모든 시간을 디폴트로 이 일에 쏟고, 필요할 때 운동을 가든, 친구를 만나든, 다른 일을 하든 한다'는 제 생각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싶어서 '난 항상 이 일을 한다🔥' 모드로 지냈던 건데, 그래서 그 디폴트 시간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제 맘대로였던거죠. 지금의 팀은 아직 투자를 받지도 않았고, 그래서 월급이 나오지도 않고, 강제성을 부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제가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말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는 최소한의 워킹 아워를 정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기준은 지키는 선에서 나머지 시간도 이 일에 더 많이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최소한의 워킹 아워가 사실은 최대한의 워킹 아워가 되는게 좋겠죠. 결론까지 적고 보니 너무 당연한 말이라 많이 창피하지만,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깨달음인 것 같아 이렇게 길게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일이 많으면 많이 하고, 적으면 적게 한다는 말은 PM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아요. 일이 많으면 많이 하고, 적으면 만들어 내고, 계속 고민하고.. 결국 최대한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만 하는 게 PM이 아닐까요? 또 당연한 말만 하는 걸 보니 이만 적어야겠습니다...ㅎㅎ 아무튼 수치를 만들어 내고, 투자를 받아서 회사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그 날까지 더 열심히 달려봐야겠어요! 언젠가 커리어리에도 저희 제품 홍보를 올리게 되면 좋겠네요ㅎㅎ 다들 파이팅입니다🔥🔥

2021년 10월 29일 오후 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