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부모는 아이를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맡기죠. 변변치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시간이 지나 시대의 아이콘이 됩니다. 코코 샤넬의 이야기입니다. 주류와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란 샤넬의 성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아웃사이더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일군 특별한 사례로 봐야 할까요? HBR 아티클 <아웃사이더는 어떻게 게임 체인저가 되는가>의 시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웃사이더의 혁신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과거 환경에서 겪은 경험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혁신을 도모합니다. 샤넬의 경우 그가 자란 고아원의 원복과 수녀복이 샤넬 특유의 흑백 디자인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샤넬 로고 역시 오바진(Aubazine) 수도원의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에서 착안했다고 하죠. 성공한 아웃사이더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할리우드 종사자 1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분석 연구 결과, 성공한 아웃사이더의 네트워크는 주로 중심도 변두리도 아닌 그 사이의 접점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발은 할리우드라는 중심에, 다른 한 발은 외곽에 걸치고 이 둘을 연결해 혁신에 성공한 것이죠. 아웃사이더는 관습이 팽배한 중심과는 거리를 둔 채 변두리에 머물 것이라는 통념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중심과의 연결은 정통성(legitimacy), 주변부에 대한 노출은 새로움(novelty)을 제공하죠. 정통성과 새로움의 조합은 강한 영향력을 창출합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처럼 생각하는 것이 분명한 이점이 있더라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입니다. 아웃사이더는 이방인이죠. 엘리트적 위치를 점하지도 못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잘 구축한 사람들로부터 얻는 신임도 부족합니다. 그 때문에 아웃사이더가 바깥에 갇혀버리곤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폴 앨리슨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아이디어나 역량을 입증하려는 아웃사이더는 인사이더를 필요로 합니다. 아웃사이더 혼자서는 인적 네트워크를 쌓거나 업계 사람들에 대한 신임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한 할리우드 종사자의 수상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평가들은 아웃사이더를 더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러나 업계 동료들은 인사이더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았죠. 결국 아웃사이더가 업계 사람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인사이더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마음을 살 필요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좋은 예입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잡스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알아볼 인사이더를 찾아 계속 문을 두드렸죠. 그 결과 젊고 부유한 엔지니어 마이크 마쿨라를 만나게 됩니다. 잡스의 아이디어에서 잠재력을 발견한 마쿨라는 애플 컴퓨터에 처음으로 투자합니다. 마쿨라를 등에 업은 잡스는 업계의 신뢰를 확보하며 더 많은 인재와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비범한 아웃사이더들은 파괴적(disruptive) 영향력을 미칩니다. 현재 힘을 갖고 있는 권력이나 특권 구조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비전과 창의적인 방식을 제시하기 때문이죠. 아웃사이더의 아이디어가 외면받는다면 그건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설득 방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 석좌교수가 1997년 자신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말한 것처럼, 파괴적 기술은 사실 기술이 아니라 마케팅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과제인 것입니다. 관심과 호응을 얻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샤넬과 잡스의 공통점은?...비주류에서 혁신 일군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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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과 잡스의 공통점은?...비주류에서 혁신 일군 '아웃사이더'

2021년 11월 6일 오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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