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개편에 與 "독과점 횡포...대책 세우겠다''
조선비즈
배달의민족 수수료 이슈를 예전부터 보고있자니 이 서비스는 진짜 정치꾼들이 휘두르기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항상 약자로 분류되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익화를 하니 정치인들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먹이감이 어디있을까 싶을정도다. 기실 수수료 모델은 고정광고비보다 낫다. 물론 절대적으로 좋다는 것은 없기 때문에 질문을 "수수료 모델은 누구에게 더 이득인가?" 정도로 바꾸어 볼 수 있겠다. 수수료 모델은 적어도 내 생각엔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셀러나 공급자에게 유리한 모델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내 물건을 올려만 놓은건 무료이고 물건이 팔릴 때 마다 일정부분 수수료만 주면 플랫폼이 알아서 내 물건을 팔아준다. 보통 변동비가 고정비보다 리스크가 작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서 고정비를 증대시키는 건 꽤나 부담이 되는 일이다. 이 경우 리스크를 떠 앉는 것은 플랫폼이 된다. 물건을 팔아주지 못하면 매출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을 올리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밖에 없어진다. 예를 들면 추천알고리즘을 고도화 시킨다거나 검색 품질을 올린다거나, 상세 페이지 최적화를 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테스트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구매 전환율을 1%에서 2%로 상승시키면 매출은 2배로 오른다. 쿠팡을 예로 들면 앱과 웹의 Search & Discovery에 엄청난 리소스를 투입하면서 페이스북과 다른 광고매체에 굉장히 공을 들여 셀러들의 제품을 리타겟팅 광고로 팔아주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근데 너무 많은 경쟁자가 같은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면 상대적으로 공급자의 매출은 평준화 되는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슈는 고정비를 받고 '입점'을 시키는 모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IT 서비스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없다. 물건 팔아주고 수수료를 때가던지, Freemium으로 서비스 그 자체를 팔던지, 구독을 하게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광고로 돈을 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배달의민족 수익화 모델은 Freemium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단 아무나 무료로 배달의민족 앱에 자신의 가게를 올릴 수는 있다. 그리고 매달 고정금액을 내면 상단에 노출이 되기도 한다. 배달의민족 앱 상 자신의 가게 구간의 색깔을 바꾸거나 Call-To-Action을 추가할 경우 매달 약 6만원씩 돈을 더 내야한다. 쿠폰 프로모션 역시 상품으로 존재하고 가격은 매달 약 4~5만원이다. 이런 것들은 원래 플랫폼에서 떠앉아야 할 업무이지만 수수료가 아닌 고정비용으로 수익화를 하다보니, 당연히 하나하나 상품을 쪼개 판매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수수료 기반이라고 모두가 상단에 노출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경우 보통 광고상품을 만든다. 일정 금액 돈을 내면 원래 최상단에 보여야할 식당보다 우리 가게가 더 상단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물론 당연히 고객에게는 "광고"나 "Ad"라는 태그를 같이 노출시켜 광고라는 것을 인지시키는건 필수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만약 100개의 식당이 동시에 노출을 하고 싶다면 어쩌지?" 그래서 나오는 개념이 경매 시스템이다. 보통 광고상품의 경매는 이차가격 경매(Second-Price Auction)이다. 입찰 금액을 가장 큰 순서부터 낮은 순서까지 정렬하고 두번째로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에게 비딩 가격에 약 10원을 더 청구하고 광고를 노출 시키는 방식이다. 왜 두번째로 높은 금액인지 꽤 논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페이스북의 경우 광고 경매를 위해서 Vickrey-Clarke-Groves(VCG)라는 "사회적으로 최적인 입찰가"를 찾는 협조적 게임이론의 한분야를 사용한다. 페이스북이 VCG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수익을 약간 포기하고 유저에게 최적의 컨텐츠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쨋든 어떤 방식의 경매 시스템이건 광고주 입장에서는 무한으로 돈을 사용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ROI가 맞질 않으면 광고에 돈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IT회사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마케팅에 ROI 계산 없이 돈을 쏟아 붓는 바보는 없다.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하냐의 문제지 ROI 자체를 감안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배달의민족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고정금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리스크는 덜하고 돈은 돈대로 받을 수 있다. 반면에 PR로는 수수료 0%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명분까지 생겨버렸으니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이번 경쟁입찰 광고 상품을 없앤것도 마찬가지다. 이 광고 상품을 없애는 대신 눈에 안보이는 다른 부분에서 수익화를 할 것이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IT업이나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매달 몇억, 몇십억만 따박따박 통장에 들어오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IT 서비스에게 있어 성장이란 생존과 동의어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 다른곳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근데 생각을 해보면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수수료를 기반으로 입점을 시킨다. 왜 배달전문점은 고정비로 받고 배민라이더스는 수수료를 기반으로 수익화를 할까? 이걸 보면 참 PR이란 업은 내부 사정과 외부에 알려야할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이렇게 수수료 기반이 좋다고 말하면 분명 누군가는 "너가 책상 머리에 앉아서 모르는 말이다. 식당의 피를 빨아먹는 수수료가 뭐가 좋다는거냐"라고 물을 수 있다. 일단 우리 집에서 어머니가 꽤 오랜기간 식당을 운영했었고 내 주변에 식당하는 사람 역시 꽤 많다. 심지어는 식당일을 도와주면서 원가 계산도 많이 도와줬었다. 배달의민족이 처음에 청구하던 수수료 정도는 감당할 정도의 여유들은 보통 다 있다. 물건만 많이 팔면 그깟 수수료 하나도 아까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이 바뀔 수록 의존해야하는 유통채널은 변할 수 밖에 없다. 하나의 식당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러한 유통채널을 어떻게든 레버리지 할 수밖에 없다. 이건 그냥 시장의 다이나믹이다.
2020년 4월 6일 오전 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