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 좀 잘하는 팀엔 이게 있다ㅣ인터비즈
네이버 블로그 | 큐제이 돈버는생각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응하면서 각양각색의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뛰어난 직원 한 명보다 여러 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더 낫다. 전제 조건은 말단 직원까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다.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박사 1년차에 인생을 결정짓게 될 연구에 참여했다. 보스턴 주변에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팀워크와 의료과실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였다. 총 8개의 진료 팀을 분석했는데,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사와 검사인력으로 이뤄졌으며, 수간호사가 각 팀의 책임자였다. 연구자들은 각각의 팀에서 일어나는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식, 조직 문화를 평가해 팀워크가 가장 좋은 팀부터 제일 나쁜 팀까지 분류했다. 팀워크가 좋은 팀의 수간호사는 항상 혈흔이 묻어 있는 수술복을 입고 있었고, 간호사들을 존중했으며, 관계자들끼리 소통과 피드백이 활발했다. 반면 팀워크가 나쁜 팀의 수간호사는 항상 정장 차림으로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구성원들이 팀장을 무서워했고,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당연히 팀워크가 좋은 곳에서 높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결과 수치의 차이가 너무 커서 놀랐다. 환자 1000명 당 의료과실 발생 수가 팀워크가 좋은 팀은 23.68개였는데, 나쁜 팀은 2.34개였다. 무려 10배 차이! 확실한 패턴은, 팀워크가 좋은 팀에서 나쁜 팀으로 갈수록 의료 과실이 적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연구팀은 좋은 리더십의 부작용으로 생각했다. 마음씨 좋은 곳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 봐주다 보니 팀원들이 해이해져 실수를 많이 저지르고, 팀워크가 나쁜 곳은 혼나지 않으려고 더 조심해서 일한 결과 실수가 적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뭔가 찜찜했던 에이미는 데이터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시작했다. 6개월 동안 팀원들을 심층 인터뷰하며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팀워크가 나쁜 팀에서 실수가 적게 나타났던 것은 실수를 숨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좋은 팀워크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연구자들은 실수를 중간에 인지하고 수정한 경우도 조사했는데, 팀워크가 좋은 팀에서 더 높게 나왔다. 여러 의료 전문가를 거치면서 진행되는 환자 간호 과정에서, 앞에서 저지른 실수를 발견하고 고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팀워크가 나쁜 팀은 실수가 있어도 드러내지 않다 보니 실수를 인지할 가능성이 낮았다. 바로 이 솔직함과 개방성이 팀워크가 좋은 팀과 나쁜 팀의 두드러진 차이였다. 팀워크가 좋은 팀은 중요하든 사소하든, 성과든 실수든 대부분의 정보를 드러내고 공유했지만, 팀워크가 나쁜 팀은 부정적인 정보는 감췄다. 좋은 팀은 실수를 인정하는 분위기, 두려움 없이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서 ‘심리적 안전감’이란 개념이 나왔다. 이것을 시작으로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생 연구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심리적 안전감은 경영학계와 비즈니스에서 인기 키워드였다. 더불어 에드먼슨 교수도 각종 단체와 매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로 뽑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시점이다. 위의 연구는 1990년대 초반에 시행됐다. 에드먼슨 교수가 심리적 안전감이란 용어를 가지고 경영학계에서 활동한 것도 1990년대 후반부터다. 20년 이상 잠잠하다가 왜 지금에서야 각광받게 됐을까? 구글 때문이다. 구글 인사팀은 프로젝트를 꾸려서 뛰어난 팀을 분석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철학을 담아 아리스트텔레스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엔지니어, 통계학자, 심리학자 등이 모여서 200개에 가까운 팀을 조사 분석했다. 그간 뭉뚱그려 조직문화로 부르던 특징들을 하나씩 발라내고 구체적인 특성을 추렸다.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법처럼 데이터로 나오지 않는 부분을 분석하느라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2016년 인사담당자 라즐로 복(Lazlo Bock)은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슈퍼스타는 필요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로 팀을 만들더라도 상호작용만 잘하면, 슈퍼스타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어요. 최고의 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언권과 상대에 대한 감수성입니다.” 최고의 팀에서는 서로 배려하고,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그 팀의 리더는 팀원의 말을 끊지 않고, 팀원이 한 말을 요약해 말을 받으면서 그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또 모르는 것은 흔쾌히 인정하며, 말이 없는 팀원들도 반드시 발언하도록 유도했다. 개인적인 비판은 가급적 자제했으며, 갈등이 생기면 공개적으로 풀었다. 구글은 이런 특징을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연구 결과와 그 이후로 나온 논의들을 종합하면,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① 리더가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한다. ②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말하게 하고, 그에 대해 경청하고 칭찬한다. ③ 회의 때 1회 이상 돌아가며 발언하기 등 모든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내는 규칙을 정한다. ④ 도전적인 실패에 상을 준다. ⑤ 회사가 어렵더라도 질책하는 문화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것은 ⑤번 항목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쌓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성과가 좋을 때는 실수가 문제 되지 않지만, 실적이 나빠지면 관리를 강화하기 일쑤고 실수를 지적하기 쉽다. 심리적 안전감이 쌓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가도 다시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면 직원들은 ‘그러면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다시 노력하더라도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기가 몇 배는 더 어려워진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리더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에드먼슨 교수의 말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해도 직원들이 의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리더에게 잘못이 있어요. 리더 스스로가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것을 위험한 상황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2년 1월 14일 오후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