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110만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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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내(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봤다. 지금까지 ‘동플갱어 테스트’를 플레이한 사람이 총 1,101,130명(22.4.20 기준)이고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참여자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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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바이럴을 잘 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100만은 큰 숫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만든 소셜임팩트가 가미된 콘텐츠로 소위 재미없는 주제로 분류되기 쉬워서 스스로도 바이럴이 잘 될지, 파급력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게 너무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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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1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와 함께 트위터 코리아에서도 트렌드 1위에 동플갱어, 오렌지레터를 나란히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마치고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을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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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TI 콘텐츠… 유행 지난 거 아니냐?
펭도(슬로워크 CEO 조성도)님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런 테스트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셨을 때, 내 속마음은… ’MBTI가 유행하는 건 맞고 우리 팀 안에서도 잼난 테스트가 나오면 그때마다 해보지만, 이미 수많은 테스트가 있는데 좀… 유행 지난 거 아닐까요? 왜 따라 해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저란 소인이 만들 수 있죠? 가능한가요? ’…였다..(ㅋㅋㅋㅋ) 얼떨결에 PM이 된 나는 일단 선 고개끄덕 후 헤쳐보자는 마음으로 MBTI의 세계로 여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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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고 했지만,
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지금도 사실 그리 늦지 않았다.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MBTI 테스트가 존재하지만, 그중에 쫀쫀하게 결과가 들어맞거나 그냥 심심풀이로 재미나게 해볼 게 있으면 (또 MBTI라 하더라도) 친구와 동료들에게 자연스레 링크를 공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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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콘텐츠 기획의 궁극적 목적은 차치하고) MBTI 콘텐츠의 주안점이라면 내가 얼마나 재밌게 테스트를 만들 수 있느냐인 것 같다. 분명 이런 테스트를 만드는 목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아이템/대상을 파는(?) 냄새가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난다면 참여자는 귀신같이 알아보고 테스트를 끝까지 수행 안 할 것이고, 궁극에 CTA로 설정한 페이지까지 참여자가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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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동플갱어 테스트 완료율은 92.9%인데, 이 정도면 한번 테스트 페이지를 열어본 사람은 불의의 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거의 모두 플레이해봤다고 본다. 동플갱어는 모바일 환경에 맞춰 텍스트는 최대한 짧고 경쾌하게 친한 친구와 대화하듯 작업했고, 참여자가 테스트 결과를 가볍게 받아들이고 주변에 쉽게 공유토록 의도했다. 기획 단계에서 힘 빼고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자고 했는데, 그게 통했고 우리의 숨은 의도까지 꼼꼼히 알아봐 주신 분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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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BTI (신봉자까지는 아니고) 과몰입러 정도 되지만, MBTI는 이런 면에서 콘텐츠 소재로 좋다.
스몰토크하기에 부담 없다. (예: 저는 ‘카피바라 나왔는데, 누들님은 결과 뭐 나왔어요?.. 제 천적은 공작새래요. 앞으로 서로 조심해야겠어요ㅋㅋ) 실제로도 동플갱어 콘텐츠가 (네이버, 다음 카페 포함, 내가 여태 들어보고 클릭한 적 없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잇님(네이버 블로그 이웃), 회원님, 00님을 부르며 댓글에 댓이 달리고 서로의 결과를 공유했다. (역으로 우리는 다음에 유사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곳을 공략할지 나름의 홍보 리스트를 얻게 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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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Z세대, 그동안 가닿지 않은 대상에도 범위를 넓혀보고 싶을 때 간단하게(?) 시도해보기 좋다.
MBTI 관련 기사에서 일상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 MZ 세대가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MBTI뿐 아니라 심리테스트, 각종 성격유형 테스트, 사주팔자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몰두한다"고 말했다. 마냥 가벼운 세태는 아니지만, MBTI가 왜 계속 화두로 오르내리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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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릴리즈 이후 첫 일주일은 홍보 집중 기간으로-
공식 런칭한 2월 14일부터 일주일간 평균 9,000명이 참여했고, 2월 22일, 아이돌 nct 도영님이 인스타 스토리로 공개해주면서부터 참여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루 최대 참여자가 33만 명에 달하기도 했고, 트위터 코리아에서도 트렌드 1위에 동플갱어, 오렌지레터가 올랐다. 만들고 출시하면 끝인 게 아니라, 그때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가열차게 홍보해서 동플갱어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안 해본 사람 없게 알려야 한다. 우리 팀도 기획 단계에서 버벌 콘텐츠, 디자인 각자의 역할이 분명했지만, 출시 후에는 모두가 확성기 들고 각자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에서 홍보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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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티끌과 태산이 같이 모여 폭발적인 콘텐츠 조회수가 된다.
도영님이 특급 견인해준 것이 태산이었다면ㅋ, 그 전에 우리가 타겟으로 한 홍보처에 맞는 문구를 작성하고 한 땀 한 땀 올리며 소통한 것이 티끌이 되어 잘 쌓인 덕이라고 본다. 최고의 콘텐츠 제작자(누들, 길우, 펭도)들과 함께 만들었지만, 대박을 기대하진 않았다. 2월 14일에 개시하고 평균 1만 명 정도가 참여했으니, 그렇게 10만 명이라는 수를 넘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었다. (우리의 꿈이 얼마나 소박했냐면 1만, 10만 참여자가 넘을 때 인스타그램에 기념 포스팅을 했다.) 인플루언서 한 명이 어떤 요행을 가져다 줄 거라고 기대하기보다, 정성 들여 소통한 결과 하나하나가 축적되어 큰 성과를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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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재밌으면 발 달린 콘텐츠가 마구마구 바이럴 된다.
동플갱어 어느 날 갑자기 동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스토리 형식으로 체험하고 선택하는 식의 콘텐츠다. 이렇게 스토리형으로 만든 이유는 결과 페이지에 안내하는 위기에 처한 동물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콘텐츠 결과만 바이럴 된 게 아니라 테스트하는 과정을 유튜브, 블로그 콘텐츠에 2차 콘텐츠로 제작하여 공유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라이브 방송에서 ‘동플갱어’ 문답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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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색어를 견인해 준다.
요즘 구글에 ‘오렌지레터’를 검색하면, ‘mbti’, ‘동물테스트’, ‘동물’이 따라 나온다. 오렌지레터의 블로그에도 ‘동플갱어’ 소개된 공식 콘텐츠 조회수가 상당하다. 그리고 길우님의 일러스트가 워낙 귀여워서 엽서, 스티커, 이모티콘 등으로 굿즈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과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잘 만든 콘텐츠 덕을 보고 있고, 또 잘 만든 콘텐츠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내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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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2년 대한민국에서 MBTI 유형테스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혈액행 성격설을 MBTI 성격설이 대체한 것 같다. (그다음은 또 무엇이 대유행의 가운데에 설지 모르겠다.) MBTI 유행 지난 거 아닌가요?라는 마음이 불쑥 들어 올라치면, MBTI가 그런 내 마음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MBTI 활용 마케팅 사례가 매주 소셜미디어 피드를 장식한다. MBTI 패션 컨설팅과 방송은 물론 제주맥주가 최근에 출시한 ‘맥MBTI’, 심지어 MBTI 사주 자판기도 생겼다. 워낙 쉽게 만들 수 있는 툴(특히 도다툴 추천)도 많으니, 관련 테스트를 만들어볼까 말까 말자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시도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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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적다보니 길어졌다.. 그래도 할 얘기가 남아..
🦙(아직 안 해본 분이 있을까 하여) 동플갱어 MBTI https://slo.ms/dpgr
🦩슬로워크 포트폴리오에 올라간 기특한 <동플갱어> https://slowalk.co.kr/archives/portfolio/dpgr
🐿조금 더 세련된 언어로 정리한 인터뷰는…⬇️⬇️
<동플갱어 테스트>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진정성 있게 리드 수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