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사람됨의 근본이다. 한자로 겸손할 겸(謙)은 말씀 언(言)과 겸할 겸(兼)을 결합한 글자다. 겸(兼)은 벼 다발을 손에 쥐고 있는 형상으로 ‘아우르다’ ‘포용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인격과 소양을 두루 갖춘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말을 공손하게 하는 법이다. 겸손할 손(遜)은 ‘후손에 전하다’의 뜻을 함께 지녔으니 대를 잇는 가르침을 의미한다. 영어 단어 겸손(humility)의 어원은 흙을 뜻하는 라틴어 후무스(humus)다. 흙 중에서도 영양분과 유기질이 많은 부식토를 뜻한다. 사람(human)이라는 단어도 흙에서 유래했다. 겸손은 흙에서 나온 사람을 성장시키는 토양이다. 겸손의 반대어인 교만(驕慢)은 잘난 체하고 뽐내며 건방지다는 말이다. 교만할 교(驕)는 말 마(馬)와 높을 교(喬)로 이뤄져 있다. 말을 높이 타고 아래를 얕잡아본다는 의미다. 병법에서도 교병필패(驕兵必敗)라고 해서 교만한 병사는 적에게 반드시 패한다. 거만할 만(慢)은 마음 심(心)과 ‘손으로 눈을 벌려 치켜뜬’ 모습의 끌 만(曼)을 합친 것으로, 눈을 부라리는 태도를 가리킨다. 영어 거만(haughtiness)이 프랑스어 ‘높은(haut)’에서 왔고, 라틴어 어원 역시 ‘높은(altus)’이니 겸손과 상반된다. 소설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는 그래서 “인생은 겸손을 배우는 긴 수업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낮은 자세로 겸손을 체득한 사람만이 그 비옥한 토양에서 성공의 싹을 틔울 수 있다. 나이만 먹고 교만한 사람은 ‘어른 아이’ 증후군에 갇히고 만다. 그러고 보니 성공(success)이란 말도 ‘흙을 뚫고 나온다’는 뜻의 라틴어 수케데레(succedere)에서 왔다. 흙에서 씨앗이 뚫고 나오는 것이 곧 성공이다. 겸손의 땅에 뿌린 씨앗이 더 잘 자란다. 탁월한 지도자의 덕목에는 반드시 ‘겸손’이 포함된다. 교육자이자 작가인 케빈 홀이 언어학자 아서 왓킨스와 함께 쓴 책 《겐샤이》에 따르면 리더(leader)의 ‘리(lea)’는 ‘길(path)’, ‘더(der)’는 ‘발견하는 사람(finder)’을 의미한다. 리더는 ‘길을 앞서 발견하는 사람(pathfinder)’이다. 신호와 단서를 읽고 길을 발견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리더십과 인력개발 전문가 그룹인 미국의 호건 어세스먼츠는 다양한 인성분석 자료를 취합한 결과 “최고의 리더는 겸손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의 3가지 질문이 눈길을 끈다 1)“나는 업무에 관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고마워하는가?” 2)“내가 이룬 성과를 누군가가 무시하면 언짢은 감정이 드는가?” 3)“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은 존경받지 못하는 걸까?” 첫 번째 질문에 “네”라고 답하는 사람은 겸손한 리더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하는 사람이 겸손한 리더다. 결국 겸손한 리더란 자기의 한계를 인정하고, 남에게 지식과 조언을 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칭찬하며, 동료나 부하의 성취를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인생은 겸손을 배우는 긴 수업시간"

한국경제

[고두현의 문화살롱] "인생은 겸손을 배우는 긴 수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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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6일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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