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직장 동료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 🤷‍♀️

"쟤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우리가 살면서 수도 없이 듣는 말이다. 이 것은 비단 친구사이, 직장동료사이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결론은 쉽다. 당신이 그 사람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의 ‘상식’은 그의 ‘상식’에 절대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무척이나 철학적인 사람이라, 가끔 정말 뜻밖의 생각을 하곤 한다. 가령, 이 세상은 내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내가 죽게 되면 이 모든 세상은 끝이 난다는 것이다. 즉,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기에 결국 내가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간혹 다른 사람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 사람의 우주에서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판단할 때는 단순한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과거 삶의 미세한 한 모든 부분이 작용해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남을 판단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미국의 교육 심리학자 로버트 엘 셀만(Robert L. Selman)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론이 참으로도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의 ‘사회적 조망 수용이론'을 쉽게 설명하자면 그는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을 ‘조망 수용(Perspective-taking)’능력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조망 수용 능력은 사회적 조망 수용 5단계(0~4단계)로 나뉜다. 0단계 미분화적 조망: 타인의 기분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 1단계 사회정보적 조망 수용: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지하지만, 정확히 구별하지는 못함 2단계 자기반성적 조망 수용: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으나 동시에는 불가 3단계 상호작용적 조망 수용: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이해 가능 4단계 사회적 조망 수용: 내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 자신과 타인을 포함하여 집단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의 조망을 이해하는 최상위 수준 셀만의 원 이론은 각 단계별로 적정 나이까지 나누어 두었으나, 굳이 추가하지 않은 것은 간혹 내 주변에도 단계가 굉장히 낮은 것 같은 성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어떤 발달의 정도라든지 더 나은 사람이라든지 서열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단지, 그의 세상이 그렇게 생겼을 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럼 내가 타인을 ‘내 상식’ 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타인’이기 때문이다. “쟤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1단계 혹은 2단계에 위치하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셀만에 따르면’이다(그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니까 믿을만하다). 물론, 나도 간혹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머릿속이 터지게 그 사람은 어떤 인생의 디스크 조각들을 모았길래 저렇게 살고 있을까? 분석하고 또 분석한다. 그냥 ‘아~ 저 사람은 다르니까~’ 하고 말면 최상위 4단계인데, 자꾸 눈에 밟히는 타인은 그렇게 생각하기가 참 쉽지 않다. ------------------------- 교육 심리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셀만의 이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자녀를 교육할 때 부모의 관점뿐만 아니라 자녀가 맞닥뜨릴 모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해 보는 교육적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친구와 싸웠을 때 “자, 지금 이 상황에서 너도 화가 나겠지만 저 친구가 화가 난 이유를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와 같이 말이다. (물론, 내 자녀가 아무 잘못 없이 두들겨 맞았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런데, 우습게도 한참 성인인 우리들도 셀만의 이론에 의거하여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사회생활에서 0단계나 1단계인 것 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것은, 정글과도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성인들의 “쟤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의 속 뜻은 ‘내가 저 사람을 이해하고 싶지 않으니, 너도 내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을래?’이다. 왜냐면,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다. ------------------------- 사람관계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명확하다. 혈액형이니 MBTI니 사람의 유형을 단 4가지에서 16가지로 나누는 안타까운 생각은 하지 말자. 전 세계인구가 80억이면 사람의 유형도 80억 개다. 사람 관계만큼 힘든 것이 없기에 나에게도 매일 되뇌는 말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저 사람을 이해하려고 들지도 말고 이해가 안 된다고 아쉬워하지도 말자, 그냥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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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8일 오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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