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고 뽑을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사실 심리학자나 교육학자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창의성 검사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으니, 그런 질문에 대답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을 법도 하다. 그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원래부터 높고 낮은 사람이 있으니까 검사를 만드는 근거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창의적 사람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같은 사람이라도 창의적인 상황에 있게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와 관찰을 종합해 보면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실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한 교실에 앉아 있는 같은 연령의 학생들에게 15개의 물체를 준다. 어떤 물체는 직육면체 혹은 원통형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도형이고, 또 어떤 것들은 구부러진 바늘 모양이나 심지어 말로 묘사하기도 어려운 독특한 형태를 지닌다. 제각각으로 생긴 15개의 물체들을 쥐어준 뒤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게 만들 수도 있고 엄청나게 창의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먼저 사람들을 지극히 평범하게 만들어 보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수단과 목표를 다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15개의 도형 중에서 5개를 골라 새롭고 신기한 걸 만들어 보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결코 특이한 물체를 집지 않는다. 집이나 기차 같은 무난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번에는 수단과 목표를 분리시켜 말해본다. 먼저, “마음에 드는 5개를 아무것이나 고르세요”라고 하면 학생들은 무난한 물체와 특이한 물체들 중 골고루 선택을 한다. 그제야 이렇게 말한다. “이제 자신이 고른 5개의 물체를 가지고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어 보세요.” 학생들은 당황해 한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그럼 미리 말씀을 하시지요. 뭘 할 건지 말이에요”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투덜거리면서 학생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첫 번째 경우보다 더 창의적이다. 자, 이제 학생들을 이보다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보자. “새롭고 신기한 걸 만든다면 무얼 더 만들고 싶은가요?”라고 말이다. 별의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속출한다. 그 이야기들을 다 듣고 난 뒤 학생들에게 아까 그 15개의 물체들을 던져준다. 그러고 “자, 여러분이 말한 걸 지금 있는 15개의 도형으로 만들어 보세요”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이제 당황스러움을 넘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만들어 낸 결과들에는 심사위원들도 놀라워할 정도로 창의적인 것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이 결과는 같은 사람이라도 창의적이 될 수 있는 상황과 평범한 생각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방법이나 수단에 자율성을 주는 것보다는 목표나 결과물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이 우선시된다는 게 핵심이다. 이 시대의 리더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조직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는 리더들이 많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조직을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다시 세팅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목표를 자유롭게 생각하게 만들고 그를 위한 수단을 택하게 하는 것이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