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도 문제지만 의외로 찬찬히 처리해도 되는 일을 지나치게 빨리 처리해버리는 경향 때문에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지인은 이메일이 오면 밤이든 낮이든 주말이든 무조건 답장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 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메일에 얽매여 산다. 다른 지인 한 명은 머리 속에서 해야 할일 A, B, C…를 계속해서 외고 있는 것이 너무 싫어서 무리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일을 처리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일이 갑자기 밀려올 경우, 기한을 조정해서 적정 근로 시간을 유지하기보다 자신이 무리해서라도 모두 빨리 끝내버리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초과 근무를 계속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빨리빨리 처리한다고 서두르다가 되려 중요한 일을 까먹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중에 일을 몰아서 하는 것 못지 않게 가급적 빨리 일을 몰아서 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바움(David Rosenbaum)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목적지까지 바구니를 옮겨서 나르게 한다. 이 때 바구니가 놓인 위치에 따라 두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A 코스는 바구니가 출발점에서 가까운 경우이고, B 코스는 바구니가 도착지에 가까이 놓여져 있는 경우였다. 연구자들은 당연히 사람들이 바구니를 조금만 옮겨도 되는 B 코스를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정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동안 긴 거리에 걸쳐 바구니를 옮겨야 하는 A 코스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자 사람들은 그저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답했다. 하지만 출발점에서 도착지까지의 거리는 A 코스와 B 코스가 동일했기 때문에 걷는 속도가 같다면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과제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았을 것이다. 되려 도착 지점 근처에서 바구니를 옮기면 되는 B코스보다, 처음부터 계속해서 바구니를 들고 움직여야 하는 A 코스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바구니 대신 물건을 두 개 집어서 반환점을 찍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실험을 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가장 적은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선택은 빈 손으로 갔다가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물건 두 개를 하나씩 집어 오는 것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출발하는 길에 물건을 집는 것을 선택했다. 언뜻 보면 비합리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인지적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할 일이 쌓여 있는 상황은 인지적 자원을 소모한다. 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이 길 때 이들을 전부 기억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단한 것부터 빨리 처리해서 해야 할 일 목록을 줄이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지나치게 무리하기 보다는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상황이 더 나을 것 같지만,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얼른 치워버리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무리해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리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일 '미루기' 만큼 좋지 않은 '서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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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일 '미루기' 만큼 좋지 않은 '서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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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3일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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