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의 나를 만나다

작년이었습니다. ‘우주명상’이라는 말도 안되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죠. ‘응 빵상?’이라는 반응이 나올만도 한 제목이지만, 전 정말 진지했어요. 평행우주의 나를 만나는 명상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오늘은 ‘욕망을 깨닫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테드창의 소설집 중 하나에는 평행우주에 대한 소설이 한편 있습니다. 평행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장치가 발명된다는 시나리오죠. 삶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한 나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때 그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거나, 그 때 하고싶었던 창업을 했다던지, 그 때 그 실수를 하지 않은 나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요? 소설 속에선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한 나를 질투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타인이라면 비교가 모호하기에 외부의 요인을 대신 탓할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그녀와 헤어지지 않고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이라면요? 그 때 용기를 내서 계속 나아가서 훨씬 더 크게 성공했다면요? 평행우주라는 테마는 나의 욕망을 깨닫게 해주는데 적절한 도구입니다. 1만개의 평행우주가 있다고 가정하고, 중요한 삶의 분기점에서 ‘그랬으면 어땠을까(what if)?’하는 궁금증이 남아있는 우주의 나들을 골라보는 겁니다. 대학원을 가지 않은 나가 있을 겁니다. 오히려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인 여성과 결혼해 버클리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나도 있겠죠. 이미 책을 수권 써서 유명한 저자가 된 나도 있을 겁니다. 패턴이 보이실거에요. 평행우주에서 가장 궁금한 나들은 내가 한켠에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접어뒀던 욕망을 이룬 사람들입니다. 후회라고 하기엔 조금 마음아프고, 아쉬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욕망들 말이죠. ‘인간은 이룰 수 있는 욕망만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감하고 있어요. 욕구와 충동을 욕망과 헷갈려서는 안됩니다. 술자리에서 나도 창업해 1조짜리 회사를 키워보고 싶다고 홧김에 말했을 수는 있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번 삶에서 내가 욕망해왔던 것, 욕망하는 것, 욕망할 수 있은 것들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물론 욕망은 처음엔 다 베껴온 것입니다. ‘무엇을 원하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 사람은 욕망을 베낄 대상을 찾기 시작합니다. 메마른 일상 속에서는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하게 알 수 없거든요. 삶의 기억 속에 접어둔 욕망 덩어리들이 이 몸에 여전히 숨어있는데도 말이죠. 시계를 돌려 5년 후의 평행우주로 가봅니다. 그중의 하나의 평행우주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내 욕망의 그릇을 불릴 떼까지 불려서 가장 큰 크기로 만든 시나리오죠. 내가 조심스럽게 꿈꿔본 미래의 2, 3배가 되는 성취, 행복, 만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주명상에선 명상을 통해 바로 이 5년 후의 나를 만납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눕니다. 나는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죠. 대화 끝에 모든 욕망을 이룬 나는 나에게 메시지 하나를 남깁니다. 이 메시지는 오늘의 나에게 강력한 각성을 가져다줍니다. 빨간약을 받아든 나에게 선택은 두개만 남는 것이죠. 메시지를 따르고 실행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저의 우주명상에선 5년 후의 내가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줬습니다. 지금처럼만, ‘내면의 목소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일단 앞으로. 사실 욕망으로 깨어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이 이뤄진 세계를 세세하게 상상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적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통해, 내 몸에 남겨진 좌절된 욕망들의 역사를 미래로 다시 투사해 하나의 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죠. 모순된 것을 원한다면 시나리오를 짜면 됩니다. 창업했다가 망해서 출가하던지, 출가했다 돌아와서 창업하거나, 둘다 하면 되겠죠. 욕망을 깨달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 이룰 수 있는 만큼의 욕망만 받았고, 만약 이루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오직 강하고 일관적으로 욕망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관조적 삶을 살게 해달라고 했다가, 내일은 활동적인 삶을 살게 해달라고 한다면, 욕망의 신이 헷갈릴테니까요. 욕망을 뾰족하게 다듬어 강하고 일관적으로 욕망하면 삶이 변하기 시작할 겁니다. 주의와 관심이 집중되며 훨씬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되겠죠. 눈치채셨나요? 나는 이룰 수 있는 욕망만 받았는데, 사실 내가 무엇을 원할지 고를 수 있는 자유의지도 받았다는 것을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을 욕망하고, 나머지를 버려도 됩니다. 일관적으로 원하기만 한다면, 삶은 당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중에 더 좋은 것을 내줄거에요. 욕망의 저변에 있는 더 근본적인 결핍을 깨닫는 경험을 하게될 수도 있죠. 시간을 다시 돌려볼까요. 이젠 다른 평행우주의 나, 5년 전의 나에게 메시지를 들려줄 차례입니다. 그는 나의 삶을 원했을까요? 1만개의 평행우주 중에서 나의 우주가 선택될까요? 만약 나의 삶을 그가 선택한다면, 5년 전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줄 건가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나요? 5년 전의 나에게 보내줄 메시지, 오늘의 나에게 들려줘도 좋겠습니다. 5년 후의 나와 실제로 만났을 때, 후회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을 다시 돌려볼까요. 이젠 다른 평행우주의 나, 5년 전의 나에게 메시지를 들려줄 차례입니다. 그는 나의 삶을 원했을까요? 1만개의 평행우주 중에서 나의 우주가 선택될까요? 만약 나의 삶을 그가 선택한다면, 5년 전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줄 건가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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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8일 오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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