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콘텐츠 업계에는 “콘텐츠가 구리면 뭘 해도 소용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2. 쉽게 말해, 기본적인 스토리가 구리면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감독이나 배우가 달려들어도 이를 살리기 쉽지 않고, 구린 콘텐츠를 아무리 마케팅을 잘 해도,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그걸 성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3.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은 아니고, 콘텐츠 업계에서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흥행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콘텐츠 업계 사람들은 대체로 이 속설을 믿는 편. 그래서 가급적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4. 반면, IT업계나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 속설보다는 자신들의 파워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알고리듬이나 기술을 만들면, 회사가 가진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센스 있는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잘 끌어들이면, 콘텐츠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괜찮은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5. 그런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야 너무나 좋고 심지어는 부럽기까지 하지만,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거나 꾸준히 유지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서, 오로지 브랜드 파워나 기술만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나 서비스는 거의 없다.
6. 실제로 카카오나 네이버 타이틀을 걸고 출시한 많은 콘텐츠 서비스들은 처음엔 반짝 했다가 이내 사라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심지어 콘텐츠 명가로 불리는 디즈니조차도 디즈니 타이틀을 걸고 엄청나게 마케팅 비용을 쏟으며 디즈니 플러스를 몰아붙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지는 상태.
7. 이에 대해 복잡하고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단순하게도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이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괜찮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니까.
8. 물론 ‘좋은 콘텐츠’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또 사람마다 좋은 콘텐츠의 기준은 다 달라서, 이 추상적이고 흐릿한 개념에 집착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수 있다.
9.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콘텐츠 플랫폼이라면, 어느 시점 이후에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상징할 수 있는 시그니처 콘텐츠가 나와야 하고, 이를 점점 더 강화해야 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10. 사라지거나 문을 닫는 콘텐츠 서비스들에는 그런 게 없는 경우가 많다. 큰 회사일수록 콘텐츠보다는 마케팅과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고. 심지어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다면서도, 콘텐츠 제작보다는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경우도 있더라.
11. 특히 콘텐츠 플랫폼은 콘텐츠 퀄리티가 떨어질수록 엄청난 비효율을 감당해야 하는데,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열광시키는 콘텐츠는 마치 밈처럼 플랫폼을 넘어서도 전파되고, 그렇게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사람들을 저절로 끌어모으지만,
12.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 콘텐츠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쓰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도 유입은커녕, 놀라울 정도로 관심조차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달까?
13. 그리고 이 상태에 다다르면 콘텐츠 비즈니스는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다 ‘운’인 것 같고, 콘텐츠는 자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예 외면하거나 이해를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14. 그런데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순간일수록 정반대로 행동해야 할 수 있다. 스스로가 잘 모른다고 느끼는 순간에서부터 진짜 배움이 시작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서비스가 잘 안될수록 사람들에게 다가가 의견을 묻고, 실제 고객들을 만나보고, 콘텐츠에 대해서도 더 정밀하고 꼼꼼하게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래야 다음에 더 나은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15. 그런데 슬프게도,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하는 건 어렵고 답이 없다’고 퉁치는 게 훨씬 더 편하니까.
16. 다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끈기 있게 시장에서 계속 깨지면서도 잘 버텨내고, 그렇게 계속해서 학습하고 배우는 사람이 점점 더 유리해지지 않을까?
17. 결말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생산성과 퀄리티를 올리는 사람이 승리하지 않을까? 소비자와 독자는 결국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더 좋게, 더 자주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테니까. 무튼 나 화이팅!
#오늘의아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