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족,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에 대한 고민

ESG 전문 미디어 <임팩트온>에 기고한 글입니다.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이라는 개념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 가족이면 가족이지 왜 굳이 ‘선택’까지 운운하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널리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서, 일단 낯선 감정이 앞설 수 있다. 2.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이미지의 전형은 어떠한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 아래 밝게 웃으며 건강하게 성장한 자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액자에 박제된 4인 가족 사진은 화목함의 시각화 그 자체이다. 필자도 물론 이런 사진을 좋아한다. 다만 이런 모습만이 바람직한 가족의 이미지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3. 가족 개념에 ’선택’을 명시한 접근법, 핏줄과 법률혼의 여집합도 인정되는 사회 - 그동안 가족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가족을 규정하는 행정적, 사회적, 문화적 테두리는 마치 영어 문법책처럼 어느 정도 주어진 공식 아래 설정됐다. 공식에서 벗어나면 오답으로 평가받았다. 핏줄과 법률혼을 토대로 한 가족 개념은 정답이고, 그 여집합은 배척되기 일쑤였다. 4. 해외에서는 ‘선택된 가족’의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 ‘선택’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유연한 접근법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미 규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꼭 혈연으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행정적인 신고절차가 전제되지 않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5.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 구조 밖에서 결성된 관계를 뜻하기도 하는데, 단순한 지인이나 친구와는 결이 다르다. 콜 밀턴(Cole Milton)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면, “더 깊은 무엇인가(something deeper)”가 있다. ‘선택된 가족’이라는 개념은 원래 LGBTQ 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시작은 그러하였으나, LGBTQ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의미의 친족과는 별개로, 강렬하고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 형태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6. ‘chosen family’에 대한 번역도 사실 완전히 자리 잡지는 못한 모양이다. 필자처럼 ‘선택된 가족’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고 ‘비혈연 가족’, ‘비친족 가구’ 등의 표기도 심심찮게 보인다. 필자는 ‘선택된 가족’으로 표기하고자 한다. 7. 리나 사와야마의 목소리…’선택된 가족’ 개념은 임직원 복지제도에도 영향 미친다 - 생경한 사회학적 개념 혹은 현상을 접할 때, 때로는 복잡한 논문이나 도서보다 대중문화를 통해 되레 이해도를 확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가 팝의 거장 엘튼 존(Elton John)과 함께 부른 노래 의 가사를 들여다보자. 8. 이 노래는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 거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관계를 맺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고, 유전자나 성(姓)을 꼭 공유할 필요도 없다(“We don't need to share genes or a surname”)고 말한다. 아울러 우리가 닮아 보이지 않으면 어떠냐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당신은 선택된, 선택받은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전달한다. 이 노래는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때 울려 퍼졌다. 가족 개념에 대해 꽤 보수적인 편에 속하는 일본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9. 이 노래에 대한 세계 각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 네티즌은 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사랑해주는 사람들, 힘든 일이 있을 때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이다. ‘선택된 가족’의 본령이 무엇인지 이들의 말을 통해 새삼 재확인하게 된다. 이런 철학에 법률혼 등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10.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선택된 가족’이라는 노래가 전 세계에 전파되는 시대에,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협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11. 일부 국가에서는 ‘가족’의 해석 범위를 넓혀서 가족 돌봄 휴가의 적용 대상도 확대하고 있다. 위에서 얘기한 ‘선택된 가족’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이는 임직원 복지 관련해 총력을 쏟아야 할 HR 부서에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ESG는 이렇게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12.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 글로벌 기업이 갖춰야 할 이해도와 감수성 -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미국에서 ‘선택된 가족’을 테마로 광고 영상을 제작했던 적이 있다. 영상에서는 트랜스젠더도 “같은 조상의 후예(Descendants of a common ancestor)”라고 말한다. 트랜스젠더라고 다른 행성에서 온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할머니가 누군가에게는 “세상 최고의 엄마(World best Mom)”가 될 수 있고, 전통적인 의미의 부부가 아니어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철학도 담겼다. 13. 이 회사는 가족이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가족을 선택하는 여정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Families are made)”이 영상의 핵심 메시지다. 14. 세계 경제무대를 누비는 글로벌 플레이어에게 이런 류의 사회 변화에 대한 이해도는 가히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 얼마나 많은 ‘선택된 가족’이 있겠는가. 이 용어의 존재도 인지하지 못하며, 사회적 냉대와 차별에 신음하고 있는 고객도 많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고객을 고려해야 마땅하다. 15. 사회학자 에이미 블랙스톤(Amy Blackstone)은 결혼, 부부, 아이, 혈연 등의 요소가 꼭 전제되어야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가족에 대한 재정의(redefining)가 요구되는 시대다. 우리 회사의 임직원, 투자자, 고객,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요즘 가족’에 대한 숙고와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석 팀장(listen-listen@nate.com)은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에 재직 중이다. 브랜드전략팀 팀장과 ESG LAB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행정학·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필명으로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출처 : IMPACT ON(임팩트온)(http://www.impacton.net)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6746

【김민석의 ESG적 생각】 요즘 가족,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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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적 생각】 요즘 가족,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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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오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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