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기본소득 실험 예고!]
핀란드에 이어 독일도 기본소득(Basic Income) 실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생활 만족도, 행복도, 경제적 자립성 등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1. 독일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하는 곳은 독일경제연구소 (German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라는 단체이며, 120명의 실험 대상에게 3년 간 매달 1200유로 (약 150만 원)을 지급한다는군요. 비용은 기본소득 정신에 동참하는 14만여 명의 기부금 + 연구자금으로 충당한다고 합니다.
2. 독일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하고 싶은 이는 11월 10일까지 신청을 해야 합니다. 독일 기준 저소득층/기초소득 수준의 이들이 우선적으로 선발된다는군요.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입니다: https://www.pilotprojekt-grundeinkommen.de/
3. 작년에 완료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과 다른 점이라면: 1) 핀란드는 정부 행정부가 직접 주도한 톱-다운 실험이었다면 독일은 민간 연구단체가 진행하는 바텀-업 접근입니다. 나아가 핀란드에 비해 좀 더 학술적으로 접근하는군요. 2) 핀란드는 장기 구직 포기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실험했고, 이번에 독일은 저소득층을 실험대상으로 삼습니다.
4. 사실 핀란드에는 기본소득에 거의 준하는 실업수당(구직수당) 제도가 이미 있습니다. 오히려 핀란드가 당면한 문제는 장기 구직 포기자, 그리고 실업수당 선별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비용과 시간에 대한 것들이었죠. 그래서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이 장기 구직 포기자의 경제활동 재개에 도움이 될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 제도가 얼마나 국가 재정을 절감할지도 눈여겨보았죠. 실험 결과, 핀란드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바로 그 지점들에서는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 구직 포기자들이 다시 일자리로 복귀하는 건 생각보다 더 복잡한 문제였던 겁니다. 그러나 실험대상군의 행복지수와 삶의 질, 자존감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이를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실험 자체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그 속에서 더욱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내었다는 것이죠.
5. 이걸 받아 독일은 '삶의 질 향상'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기본소득 실험을 할 모양새입니다. 우선 지급 대상에 경제 활동을 현재 하고 있는 이들을 포함시키고, 기본소득이 소득격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본다고 합니다. 3년 간 추적연구를 해서 '기본소득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내겠다는 포부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봐선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제안되었던 'Universal Basic Income'의 정신에 좀 더 가까운 기본소득 실험으로도 보이는군요.
여담. 전세계가 코로나 19 사태로 유례없는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미래를 도모할 심산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코로나 19 추경 예산에 기후변화 예방/복귀, 친환경, 신소재 기술에 대한 어마어마한 투자 계획을 밝힌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독일의 기본소득 실험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기 상황을 벗어나려면,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아득히 넘어선 새로운 영역을 향해 오히려 더 진취적으로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모쪼록 독일의 기본소득 실험이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나길 살포시 기대해봅니다!